일흔일곱 살 유년의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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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윤 작가의 작품들. 사진은 ‘휴식’. 갤러리조이 제공


어린 시절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에 가라앉아 있는 작가의 무의식을 발견할 때가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을 보고 정신 분석을 시도했다. 다빈치의 작품 ‘성 안나 및 아기 예수와 함께 있는 성모 마리아’에서 두 어머니를 제시한다.

할머니 성안나는 다빈치를 기른 생모 카타리나, 젊은 마리아는 의붓어머니의 재현이라고 한다. 프로이트는 또 ‘무의식 속에 숨겨진 하나의 이미지’처럼 나타난 독수리 형상을 발견한다.

이강윤 초대전 ‘아름다운… ’
31일까지 해운대 갤러리조이

노랑·파랑 원색의 따스함 속
아이들·소·개 어울리는 모습
행복 가득한 에덴동산 떠올라

농장서 자라며 자연과 교감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
그 추억 더듬으며 20년 그렸죠”

‘여인’

‘이강윤 초대전-아름다운 Nostalgia’ 전 작품은 대부분 작가의 어린 시절을 표현하고 있다. 제14회 송혜수 미술상 수상기념 전으로 31일까지 갤리리조이(부산 해운대구 중동)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모두 44점이 관객을 찾는다.

나이 일흔 일곱 노작가의 작품은 여전히 유년의 뜰에 머물러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원색의 노랑과 파랑에 휩싸이는 듯한 착각이 든다. 사물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그의 작품에 빠지지 않는 아이와 소, 개, 새들이 어울리는 풍경은 에덴동산과 다름없다.

‘개구쟁이 시절’ 시리즈에서 엿보이는 악동 이미지는 관객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가족’과 ‘형제’ 작품에선 사람과 동물의 경계가 희미할 만큼 서로 정답다. 소젖에 입을 대고 우유를 빨아 먹는 ‘아동기 시절’ 작품에서는 이 희미한 경계마저 어느새 사라져 버린다. ‘목장’ 시리즈는 드넓은 벌판에서 풀을 뜯는 소들과 그 사이로 뛰어다니는 소년과 소년을 그리고 있다. 작품들이 비친 반들반들한 전시장 바닥이 목장 속 호수를 연상케 한다.

이 작품들에서 작가의 어린 시절을 짐작할 단서를 발견한다. 그는 어린 시절 농장의 유복한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이런 환경은 자연스럽게 동물과 벗하며 자연과 교감하는 계기가 됐다. 소년 때 경험의 세계와 전원 속 사유의 공간이 지금까지 그를 지탱하는 에너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궁도장’

이강윤 작가는 “인생을 되돌아보니 발가벗고 지내면서 농장 동물과 놀던 유년 시절이 가장 행복했다”며 “그 추억을 더듬으며 소재를 찾아 그림을 그린 세월이 벌써 20년”이라고 말한다.

이 작가는 부산을 대표하는 서양화가 고 송혜수 화백의 수제자이다. 그는 1958년부터 24년간 송 화백 밑에서 그림 공부를 했다. 아직도 “사람이 먼저 되고, 그림이 되어야 한다”는 스승의 가르침을 기억한다. 그는 비구상으로 그림을 시작해 구상으로 전환했고, 50세부터 유년 시절 그림을 그려오고 있다. ▶‘이강윤 초대전-아름다운 Nostalgia’ 전=31일까지 갤러리조이. 051-746-5030.

이준영 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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