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해안 볼레길] 느껴 볼래, 숲바람 걸어 볼래, 바닷길

정상섭 선임기자 ver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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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해수욕장에서 암남공원으로 이어지는 송도 해안 볼레길의 해안산책로 덱. 바다 위로 해상 케이블카가 가로지르고 발 아래에는 까만 현무암에 파도가 하얀 포말을 일으킨다. 송도해수욕장에서 암남공원으로 이어지는 송도 해안 볼레길의 해안산책로 덱. 바다 위로 해상 케이블카가 가로지르고 발 아래에는 까만 현무암에 파도가 하얀 포말을 일으킨다.

부산에 사는 것이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언제든 훌쩍 떠나서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어디에서든 대중교통을 이용해 30분 안에 바다에 닿을 수 있다. 부산을 떠난 친구나 지인이 유난히 부산을 그리워할 때가 불현듯 바다를 보고 싶을 때라는 얘기가 실감난다. 부산을 에워싼 바닷가 둘레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곳이 송도 해안 볼레길이다. 가슴 후련한 바다 전경과 함께 향긋한 솔내음, 시원한 바람이 오감을 만족시키는 곳이다. 혼자 보기 아까워, 많이들 보러 오라는 뜻의 “보러 올래”라는 말을 줄여서 볼레길이라 이름 붙였다.


송도해수욕장 현인광장~해안산책로

~암남공원~두도 원점 회귀 8.3㎞

탁 트인 바다, 아름드리 소나무 숲

층층 바위, 새들의 섬, 조각품…

발길 세우는 즐거운 볼거리 가득


지질공원 따라 걷는 해안산책로


송도 볼레길의 출발점은 송도해수욕장의 현인 광장이다. 한겨울 차가운 바람에도 불구하고 볼레길을 찾는 사람들로 산책로가 비좁을 지경이다. 한국관광공사가 한 해 계획을 세우기 좋은 풍경, 좋은 걷기 여행길로 이달 초 볼레길을 선정하면서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현인 광장을 지나 수변공원과 오토캠핑장을 지나면 국가지질공원 표시가 붙은 진입로로 들어선다. 여기서부터 암남공원 주차장까지 해안을 따라 1㎞ 구간의 철제 덱이 설치돼 있다. 2개의 구름다리와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도 곳곳에 설치돼 있어 해안 절경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

머리 위로 해상 케이블카가 하늘을 가로 지르고 발 아래에는 파도가 까만 현무암 용암지대에 부딪쳐 하얀 포말을 빚어낸다. 이곳은 정부가 지정한 부산국가지질공원이기도 하다. 6000만~7000만 년 전 다대포 일대가 호수였을 때 화산 활동과 퇴적으로 형성된 지층이 바깥으로 드러나 있는 해안이다.

까맣고 노란 바위들이 층층이 쌓여 있는 이곳을 예전 사람들은 ‘시루떡 바위’라고 불렀다. 끝 간 데 없이 펼쳐지는 시루떡 바위를 따라 걸으면 저절로 세월과 인생의 무게를 되돌아보게 된다.

철제 덱에는 군데군데 바다로 내려갈 수 있도록 계단이 마련돼 있다. 송도 볼레길의 색다른 매력이다. 화쇄류암, 유문암질 암맥군, 공룡알 둥지 화석, 역암, 정단층 등…. 지질용어를 설명해 놓은 안내판 앞에서 호기심 많은 아이와 연인들이 걸음을 멈춘다.

바위 벼랑에 철제 덱과 구름다리로 해안을 잇는 산책길을 20여 분 걷다 보면 어느덧 암남공원 주차장이다. 가족과 함께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로 방파제가 비좁을 지경이다.

암남공원은 오랫동안 숨겨진 비경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동물 전염병 예방을 위한 혈청소(수역혈청제조소)가 들어섰고, 해방 후에는 해안가를 경비하는 군부대가 들어서 접근이 통제됐다. 낚시꾼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회자되던 암남공원이 부산시민에게 완전히 개방된 것은 불과 20년 전이다.


새들의 섬 ‘두도’로 가는 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두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두도.

암남공원에서 낚시하는 강태공들을 뒤로 하고 주차장 뒤쪽 테니스코트 옆으로 가면 암남공원 입구로 연결된다. 왼쪽으로 접어들면 두도 전망 덱으로 이어지는 볼레길이고, 오른쪽은 해상케이블카 승강장으로 가는 길이다. 나무 계단에 진행방향을 알리는 하얀 페인트가 칠해져 있고, 군데군데 갈맷길과 송도 해안 볼레길 표지판이 함께 서 있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두도 전망대로 가는 길에는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숲을 이뤄 눈길을 끈다. 소나무의 덩치가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들 만큼 우람하다. 바닷바람에 실려 날아오는 솔향도 그윽하기 이를 데 없다. 송도라는 이름이 유래한 까닭이다. 오랫동안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것이 숲에는 오히려 다행이었으리라.

포구나무 쉼터에 설치된 액자 모양 조형물 안에 남항 묘박지 선박들이 들어가 있다. 포구나무 쉼터에 설치된 액자 모양 조형물 안에 남항 묘박지 선박들이 들어가 있다.

두도 전망 덱을 향해 산책로를 굽이굽이 돌 때마다 왼쪽으로는 바다 풍경이 시시각각 달라지며 발길을 더디게 붙든다. 포구나무 쉼터라는 푯말과 여러 갈래로 넓게 펼쳐진 나무가 눈길을 잡는다.

예부터 이곳은 나무꾼이나 나물 캐는 처녀는 물론 해안가 초병들이 유일하게 식수를 구할 수 있었던 장소였다. 그 옛날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온 아낙네들이 고개 너머 이곳 포구나무 아래까지 찾아와서 먼 바다로 떠난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도하면서 희고, 붉은 천을 나무에 두르고 기원하던 곳이기도 하다.

두도 전망대에 닿았다. 바로 눈 밑에는 손에 잡힐 듯 작은 섬 두도와 그 곳에 우뚝 선 하얀 등대가 그림처럼 시야에 들어온다.

두도(頭島)는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의 섬이다. 괭이갈매기와 가마우지가 새끼를 키우고 먹이활동을 하는 새들의 땅이기도 하다. 이곳 모지포 원주민들은 대가리섬이라는 투박한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암남공원이 새의 몸통이라면 두도는 머리 격인 셈이다.

전망대에 서면 영도 끝의 주전자섬과 앞바다의 형제섬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오른쪽으로는 감천항과 가덕도 너머로 거제도가 얼굴을 내민다. 망원경 두 대가 놓여져 있어 섬에 사는 새를 또렷이 관찰할 수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대마도가 선명하게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두도 전망대를 돌아나와 왼쪽 길로 접어들면 솔잎이 두텁게 깔린 흙길이 이어진다. 2002년 부산 비엔날레에 출품된 대형 조각 11점이 숲길 곳곳에 전시돼 색다른 볼거리가 있는 볼레길을 만들어준다.

송도 볼레길은 굴곡이 심하고 계단이 많아 노약자에게 조금 힘든 코스일 수도 있다. 하지만 푸른 숲길 곳곳에서 만나는 해안 풍경과 두도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탁 트인 남해 바다는 피곤함을 일거에 날려 버린다. 천혜의 해안절경과 함께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우리 곁에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절로 마음이 가벼워지는 볼레길 탐방이다.


볼레길 어떻게 걸을까


송도 해안 볼레길은 송도해수욕장의 가운데 지점에 있는 현인광장에서 출발해 해안산책로~암남공원~두도 전망대를 돌아오는 원점 회귀 코스다. 거리는 약 8.3㎞로 여유 있게 3시간 정도 걸린다.

시간이 부족하거나 바다 위 조망을 즐기고 싶으면 송도해상케이블카를 편도로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송림공원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암남공원 승강장에 내린 뒤 곧바로 해안산책로를 이용해 되돌아가거나, 두도 전망대까지 간 뒤 돌아가는 코스다. 케이블카 편도 요금은 일반 캐빈 1만 2000원, 투명 크리스탈 캐빈 1만 6000원이다. 부산 시민은 주중에 한해 4000원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케이블카를 이용해 암남공원까지 간 뒤 두도 전망대를 둘러보고 모지포 마을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송도해수욕장으로 되돌아가는 방법도 있다.

볼레길 중간 지점인 암남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동쪽의 해안산책로~송도해수욕장 구간과 서쪽의 암남공원~두도 전망대를 각각 다녀올 수도 있다.

좀 더 걷고 싶은 사람은 암남공원 정상인 희망정을 경유하는 숲길을 둘러봐도 좋다. 4개 구간의 숲길이 암남공원을 촘촘히 연결하고 있다.

거북섬을 잇는 365m 길이의 송도 스카이워크. 거북섬을 잇는 365m 길이의 송도 스카이워크.

볼레길 구간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송도 스카이워크(구름산책로)도 꼭 들러보자. 거북섬을 잇는 365m 길이의 바다 산책길로 부산 10대 히트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바닥 가운데가 투명 강화유리로 만들어져 아찔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용 요금은 없다.

글·사진=정상섭 선임기자 verst@busan.com


정상섭 선임기자 ver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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