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대응 개선안 반응 “과도한 학폭위 업무 줄어” vs “사과문 한 장에 피해자 납득할지”
교육부가 지난달 말 선보인 학교폭력 대응절차 개선방안을 두고 학교 현장에서 교사와 학부모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경미한 폭력은 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않는 것을 골자로 한 이번 학폭 개선안에 교직 사회는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학부모들은 불안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경미한 폭력 학교 자체 해결
생활기록부 기재 유보 두고
교사 ‘환영’-학부모 ‘불안’
교육부는 앞으로 경미한 폭력은 학교 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생활기록부 기재를 유보하기로 했다. 가해 학생이 서면사과나 봉사활동 등의 경징계를 받은 전치 2주 미만의 상해가 이에 해당된다.
일단, 양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총과 전교조는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교총은 “증가하는 학폭위 심의 건수와 불복 재심으로 교사가 과도한 업무와 민원에 시달려 왔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역시 “경미한 학교폭력에 대해 교육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교직 사회의 반응이 뜨거운 건 학폭위로 인한 행정력 낭비 때문이다. 부산에서도 매년 학교마다 2~3건, 많게는 10건 정도 학폭위가 열리고 있다. 간단히 화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다툼도 일단 학폭위가 열리게 되면 문제 해결이 복잡해진다.
학폭위가 열렸다고 해서 내려진 처분에 양측이 모두 동의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학폭위에 불복해 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심판을 제기한 건수도 매년 폭증하고 있다. 교사들 사이에서 도는 “학폭위가 되레 학폭을 양산한다”는 농담이 허언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부산시교육청 전영근 교육국장은 “학폭법이 제정된 이후 사소한 사안도 학폭위를 여는 바람에 매년 학폭 건수가 늘고 있다”며 “학교장 입김도 배제한다는 명분 때문에 학폭위 결정 사안을 보고만 하게 했더니 관리자임에도 불구하고 중재는 못 하는 학교장의 무력감도 상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녀를 학교에 맡겨둔 학부모 입장에서는 이번 개선안이 마뜩잖다. 초등학교 자녀 2명을 둔 주부 최나령(가명·40) 씨는 “아들만 둘이라서 언제 싸움에 휘말릴지 몰라 매일 등교 전에 주의를 준다. 그런데 만약 내 아이가 피해자가 됐는데 학생으로부터 덜렁 사과문 한 장 받아들고 넘어가자는 이야기가 나오면 납득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전국 학폭 가해 학생에게 내려진 징계 중 경징계는 63% 수준. 결국 앞으로 10건의 싸움 중 6건은 학교장 중재로 합의만 되면 학폭위도, 생기부 기재도 없이 처리되는 셈이 된다.
학폭위가 해당 학교에서 열리지 않고 상급기관인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되는 것도 불만이다. 최 씨는 “사안이 경미하다고 감정의 골이 얕다는 법은 없는데 교장이 나서서 ‘시시비비 그만 따지자’고 나오면 아이를 학교에 보낸 입장에서는 거부하기 힘들지 않으냐. 우리 뜻대로 학폭위가 열릴지도 의문”이라고 경계했다.
교육부는 학폭위를 학교가 아닌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면서 학부모위원 비중을 종전 절반에서 3분의 1로 줄이기로 했다. 그 공백을 변호사 등 전문가로 채운다지만 구조상 학부모의 발언권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부산학부모연대 이정은 대표는 “우리 학부모는 언제든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는 입장”이라며 “교육적인 수준에서의 학교 폭력 처리는 환영하지만 학폭위 내 학부모 위원의 비중을 줄이는 등의 부분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학부모 불안을 불식시킬 수 있게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상국 기자 edu@busan.com
권상국 기자 edu@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