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멋진 국제행사, 누가 어떻게 만들까? 답은 '리컨벤션'
"서울 업체의 벽이 너무 높았죠. 그래서 역으로 해외로 시선을 돌리게 된 계기가 됐어요. 결과적으로는 부족함이 강점이 된 셈이네요."
지역의 대표적인 PCO인 '리컨벤션' 이봉순 대표는 '역발상'을 성장의 결정적 배경으로 꼽았다. 이 대표가 회사를 처음 설립해 서울에 있는 업체들과 경쟁했을 때만 해도 지방업체라는 꼬리표 때문에 늘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였다. 서울 업체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글로벌한 실적이 필요했고 글로벌하게 일해야만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고. 지금은 해외를 공략한 점이 회사의 큰 강점이자 자산이 됐다.
PCO(Professional Convention Organizer:국제회의기획전문가)란 컨벤션 전문기획업체로 국내외 회의, 이벤트 등을 기획, 실행, 관리, 운영, 조정해 실제 행사를 진행하고 최종 결과를 내는 일을 뜻한다. PCO와 함께 등장하는 단어가 MICE 산업인데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컨벤션(Convention), 전시박람회와 이벤트(Exhibition) 등의 영문 앞 글자를 딴 말이다.
좁은 의미에서는 국제회의와 전시회를 주축으로 한 유망 산업을 뜻하며, 넓은 의미의 개념으로는 참여자 중심의 보상관광과 메가 이벤트 등을 포함한 융·복합산업을 뜻한다. 부가가치가 높은 MICE 산업을 '굴뚝없는 산업'이라 표현한다면, PCO는 실상 그 산업을 이끌 핵심적 동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컨벤션'은 지난 2000년 회사를 설립해 지금까지 400여 건의 굵직한 국내외 행사를 기획하며 부울경을 대표하는 글로벌 컨벤션 업체로 성장했다. 2012년에는 국내에서 열린 컨벤션 행사 중 역대 최대 규모인 '2012 라이온스 부산 세계대회' 총괄기획을 맡기도 했다. 208개국에서 무려 5만 5천명이 부산을 찾았다. 이로 인해 '리컨벤션'은 외형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할 수 있다'는 내실적인 가능성도 동시에 이뤘다. 2013년에는 세계적 규모의 컨벤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해 한국의 대내외적 브랜드를 증대시킨 공로로 '한국마이스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나의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짧게는 두 달, 길게는 2~3년 또는 6년씩 준비하는 과정도 있단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면 하기 힘든 일이다. 행사가 유치되고 나면 연출, 홍보, 인사 초청, 운영, 전시, 공간 디자인, 웹담당, 경영관리팀 등의 다양한 전문파트가 한데 어우러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이봉순 대표는 행사를 하나 진행하는 것이 마치 '영화를 한 편 만드는 과정과 같다'고 비유했다.
기획 회의를 함에 있어 가장 우선시하는 점으로는 '차별화'를 꼽았다. 해외업체와 경쟁할 때는 다른 나라가 가지지 않는 한국만의 강점, 국내에서 행사유치를 위해 경쟁할 때는 다른 도시가 가지지 않는 부산만의 경쟁력에 답이 있다고 했다. 이 대표의 대답에서 자신감이 묻어 나왔다. 부산만의 강점과 경쟁력이 궁금했다. '바다' 였다. 부산은 어떤 도시 안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자연환경과 대도시의 편리함이 공존하는 구조다. 1시간 권역 안에 해양, 자동차, 제조 관련된 산업이 집약돼 있어 경쟁력 면에서도 우수하다.
'리컨벤션'이 부산지역에서 PCO의 한계를 극복하고 19년이라는 시간을 지탱해 올 수 있는 힘의 비결도 궁금했다. 답은 '비전'에 있었다. 이미 전세계 글로벌 시장에서 MICE산업은 성장세에 들어섰고, 같이 성장해온 파트너사들과 소통하며 비전을 봤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어도 쉽게 극복할 수 있는 힘의 비결이 됐다.
함께하는 사원들과의 소통은 어떨까? 비즈니스 사업을 하기 전, 신선대 컨테이너터미널에서 홍보 마케팅팀장을 했다는 이 대표는 자신도 오랫동안 직원으로 일한 경험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직원의 입장을 이해하려 한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전체회의에서는 팀별로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영상을 준비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소통한다. 그렇지만 늘 소통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약해지는 부분이라며 웃어 보였다.
회사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자유롭고 건강해보였다. '리컨벤션' 이동건 대리는 행사마다 프로젝트팀이 구성되기 때문에 서로 소통이 중요하다고 했다. 어떤 사안에 대해 질문하거나 대화하는 것에 매우 자유롭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어려운 분위기는 아니라며 소개를 이어나갔다. 전직원 전체회의를 통해 각자가 동일한 영상을 보고 어떤 다양한 생각들을 하는지 소통할 수 있는 부분도 좋은 사내분위기를 만드는 비결이라고 꼽았다.
"1년에 50개 정도의 행사를 진행하면 적어도 50명 이상의 클라이언트가 있다는 말인데 각자마다 원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죠."
반짝이는 산업 이면에 숨겨진 다른 고충도 들을 수 있었다. 이 대리는 행사를 준비하며 참가자와 클라이언트가 만족할 때 행복이 극대화되기도 하지만, 모두의 복합적인 노력들이 성과를 이루지 못했을 때는 아쉬움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단순한 한 장짜리 기획서로 시작해 풍성히 채워지는 행사의 과정들을 들으니 많은 이들의 노력과 수고로움이 그려졌다. 공동작업의 어려움이 왜 없겠냐마는 특유의 쾌활함으로 미래를 지향하는 '리컨벤션'의 분위기에서는 파이팅이 넘쳤다.
글=김은지 부산닷컴 기자 sksdmswl807@busan.com
카드뉴스=이민경 부산닷컴 기자 look@busan.com
영상=김강현 PD
https://youtu.be/wNablBXA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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