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물고기 복지
사람에게 태어날 때부터 인권이 있듯이 동물에게도 마땅히 누릴 권리가 있다는 개념이 동물권이다. 또 동물 복지는 인간이 동물을 이용하지만 살아있는 동안만큼은 그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려동물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며 동물 복지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부쩍 활발해졌음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하지만 물고기가 동물 수준의 복지를 누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실 물고기는 동물 대접조차 받지 못하고, ‘먹기 위해 잡은 신선한 물고기’라는 뜻의 생선으로 더 자주 불린다. 1991년 제정된 동물보호법에는 어류도 동물로 규정하고 있다. 물고기는 법적으로나 사전적으로도 엄연한 동물이다. 그동안 물고기가 개돼지보다 못한 취급을 당한 이유가 뭘까. 얼굴에 표정이 없고, 심지어 도마 위에서도 “제발, 살려주세요!”라는 단말마의 비명조차 지르지 않아 동정심을 갖기 어려웠다는 한 연구 결과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어패류뿐만 아니라 두족류·갑각류에게도 고통스러운 감정이 따르는 감각, 즉 통각이 있다고 한다. 미국 수의학회는 2013년 개정한 ‘동물 마취 지침’에서 “물고기가 고통을 느낄 수 있음이 타당하다는 상당한 증거가 축적되고 있다”며 “이들 동물이 실현 가능한 최소한의 통증과 고통으로 신속하게 죽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스위스는 지난해 3월부터 살아 있는 바다가재를 끓는 물에 넣어 요리하는 것을 전면 금지했다. 국내에서도 16회를 맞은 화천산천어축제는 올해 180만 명의 인파가 몰려 가장 성공적인 지역 축제로 자리 잡았지만, 처음으로 본격적인 동물 학대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해양수산부가 11일 수족관 내 해양생물의 적절한 서식환경 확보 등 복지 확대 방안을 담은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 수립에 착수한다고 밝히며 ‘물고기 복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동안 좁은 수족관에서 사육되는 해양생물들이 스트레스로 이상행동을 보이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체험형 수족관이 인기를 끌면서 인수(人獸)전염병 전파 우려로 더욱 안전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도 늘었다. 반복되는 가축 살처분은 생명을 경시하는 인간의 이기심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동물 복지는 결국 사람 복지를 위한 길이다. 박종호 논설위원 nleader@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