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서 노천탕이 훤히 상상만 해도 화끈거리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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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래구 허심청 야외 노천탕(오른쪽)건물과 바로 옆에 신축 중인 아파트 공사 건물. 강원태 기자 wkang@ 부산 동래구 허심청 야외 노천탕(오른쪽)건물과 바로 옆에 신축 중인 아파트 공사 건물. 강원태 기자 wkang@

지난 주말, 집 앞 유명 목욕탕인 ‘허심청’을 찾았던 김 모(57·동래구 온천동) 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벌거벗은 채로 노천탕에 들어갔는데, 인근 고층 아파트 건축공사장에서 자신을 내려다 보는 인부와 눈이 마주친 것이다. 깜짝 놀라 노천탕을 뛰어 나온 김 씨는 목욕탕 측에 항의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김 씨는 “허심청은 내부 목욕탕도 천장이 투명한 돔 형태라 아파트 고층에서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황당해했다.

부산 최대 규모의 온천시설 허심청이 자랑하는 노천탕 앞에 고층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면서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공사장에서 목욕탕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어 이용객들이 불쾌감을 토로하고 있다.

허심청 바로 옆 20층짜리 건축 중

노천탕·목욕시설 내부 노출 ‘민망’

가림막 등 뒤늦게 대책 마련 나서

구청 “건축법상 문제 없어 허가”

허심청과 불과 2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이 아파트는 지난해 1월 11일 건축 허가를 받았다. 지하 1층, 지상 20층 규모의 고층 아파트며, 현재 8~9층 정도 높이까지 건립된 상태다. 허심청과 지나치게 가까운 탓에 아파트 8층 높이에서부터는 노천탕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노천탕뿐만 아니라 목욕탕 내부 시설 모습도 노출될 우려가 제기된다. 허심청은 안팎을 볼 수 있는 투명 돔이 목욕탕 천장 일부에 설치돼 있다. 허심청 여탕에 설치된 돔에는 밖에서 안을 볼 수 없도록 반사 필름이 붙어 있지만, 남탕에는 이 필름이 부착되어 있지 않다.

허심청 측은 지난해 중순 아파트 건설 공사가 시작된 이후 뒤늦게 이 문제를 깨닫고 동래구청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구청은 건축법상 문제가 없어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현행법상 목욕탕이 근처에 있다고 해서 건물 높이를 제한하거나 건축물 신청을 불허할 수는 없다”며 “온천시설 구조 탓에 문제가 불거진다면 시공사와 허심청 측이 직접 협의해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심청 측과 아파트 시공사 측은 노천탕에 대나무 가림막을 추가로 설치하고, 남탕 돔에도 반사 필름을 부착하기로 했지만 보강 공사에 대한 자금 분담 비율이 아직 합의되지 않은 상황이다. 허심청을 운영하는 호텔농심 관계자는 “시공사 측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마무리되는 대로 이른 시일 내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허심청 이용객들은 아파트 건립으로 노천탕이 가려지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노천탕 시설을 즐겨 찾는다는 박 모(34·동래구 온천동) 씨는 “도심 한가운데서 노천의 기분을 느낄 수 있던 곳인데 가림막이 더 높이 세워지면 노천탕의 매력이 줄어들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상배 기자 sangbae@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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