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불청객 미세먼지 대처법] 봄도, 낭만도 밀어내 버린 ‘잿빛 하늘’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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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남자 동창 모임에 흰 마스크를 쓴 친구들이 등장했다. 예전 같았으면 “웬 호들갑이냐”고 핀잔이 나올 법도 한데, 오히려 “나도 쓰고 올 걸…” 라며 후회하는 이가 나온다. 자연스레 미세먼지가 대화의 첫 주제가 된다.

역대 최악의 대기질, 어릴 적 맑은 하늘에 대한 회상, 중국 공장의 무책임함, 황사마스크로는 초미세먼지를 막을 수 없다는 회의론 등 이야기 꽃이 핀다. “삼결살이 몸속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데 직방”이라며 안주 선정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때 봄이 오면 꽃이 피는 풍경을 논하던 낭만적인 시절은 사라졌고, 이젠 봄이 오니 온통 미세먼지 이야기뿐이다.

1970~1980년대 이미 존재

초미세먼지 발생은 인위적

기대수명 1.8년 단축시켜

‘백해무익’ 담배보다 더 위험

KF 마크 있는 마스크 꼭 써야

정전기 많은 가전제품 근처

공기청정기 흡입구 향하도록

음식 구울 땐 환풍이 기본

미세먼지, 진실과 오해

사실 동창 사이에 오간 이야기 중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 뿌연 하늘과 칼칼한 목에서 미세먼지 존재를 직접 체감하고 있지만, 미세먼지에 대한 잘못된 정보도 꽤 많다.

일단 미세먼지는 얼마나 작은 것일까. 환경부는 미세먼지를 지름 10㎛ (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먼지로 정의하고 있다. 1㎛ 은 1000분의 1mm라는 뜻으로, 10㎛ 은 머리카락 5분의 1 굵기 정도다. 극단적으로 눈이 좋아도 인간은 20㎛ 이하를 못 보니, 우리는 뿌연 하늘처럼 미세먼지가 겹겹이 쌓여 뭉쳐 있어야 미세먼지를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다. 이 미세먼지 중에서도 2.5㎛ 이하의 것들을 초미세먼지라고 부르는데, 여기저기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섞어 쓴다.

미세먼지는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중국 사막 등에서 만들어지는 황사가 그러하다. 황사는 5~8㎛ 정도 크기다. 하지만 많은 미세먼지는 화력발전소, 공장, 자동차 등에서 가스가 배출될 때 만들어진다. 초미세먼지는 자연상태에서는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다. 봄에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건 이 계절 편서풍을 타고 중국 공업지대에서 만들어진 미세먼지가 많이 유입되고, 황사까지 겹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세먼지 사태가 중국 공장의 단독범행은 아니다. 환경부는 평상시 중국발 미세먼지의 국내 영향은 전체의 30~50% 수준이며, 미세먼지가 고농도로 심할 때는 60~80% 정도로 보고 있다. 즉 평소 미세먼지의 50~70%는 우리 주변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미세먼지 역대 최악’이라는 표현도 틀렸다. 예전이 훨씬 심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2004년 59에서 2017년 44로 줄어드는 추세다. 미세먼지를 측정하기 전인 1970~1980년대 미세먼지가 더 살인적이었다는 데도 이론이 없다. 1988년 서울대에서 출간된 박사학위 논문 ‘대기중 부유분진의 돌연변이원성 및 미량유기 오염성분에 관한 분석적 연구’에 따르면, 1986년 서울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가 지금보다 4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는 집주변 공장 등에서 마구 매연을 뿜어내던 시절이었는데, 미세먼지가 뭔지 몰라 그냥 넘어갔고, 지금은 그 시절 화창한 날만 기억하고 옛 하늘을 그리워하는 거다.

미세먼지 공략법

물론 예전이 더 살인적이었다고 지금의 미세먼지가 살인적이지 않다는 건 아니다. 뿌연 하늘 아래를 걷다 보면 수명이 줄어드는 기분인데, 실제로 줄어든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미세먼지로 1인의 기대수명이 1.8년 감소하고, 2014년 한 해에만 700만 명이 기대수명보다 일찍 사망했다고 밝혔다. 반면 흡연으로는 기대수명이 1.6년 감소하고, 조기 사망자는 600만 명 수준으로 조사됐다. 담배가 백해무익하다면 미세먼지는 ‘천해무익’하다.

미세먼지는 기관지를 훼손하고 초미세먼지의 경우 폐 깊숙이 침투해 회복이 어려운 폐포를 파손하고, 혈관까지 침투해 몸 안을 돌아다니며 이곳저곳을 아프게 할 수 있다. 두통, 아토피 등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임산부의 경우 저체중아 출산과 유산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보고도 나왔다. WHO는 초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자연이 허락한 기대수명대로 살고 싶다면, 마스크를 자주 써야 한다. 당연히 방한 마스크는 효과가 없고, ‘보건용 마스크’를 써야 한다. 마스크를 구매할 땐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KF(Korea Filter) 마크만 확인하면 된다. KF80, KF94, KF99는 초미세먼지(0.4~0.6㎍ 이상)를 각각 80%, 94%, 99%까지 걸러준다는 의미다. 간혹 황사용 마스크는 황사보다 작은 초미세먼지에 효과가 없다고 오해하는데, 명칭만 황사용이지 대부분 초미세먼지도 잡아준다.

보건용 마스크도 얼굴에 밀착해 써야 제대로 효과가 나오고, 일회용이라서 재사용은 안된다. 문제는 원활한 공기 유입을 막아 노약자 등에게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거다. 환경부도 “폐기능, 심장질환 환자는 의사와 상의 뒤 써야 하고, 특히 영유아는 호흡이 불편할 때 의사표현이 안되니 더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결국 고령이거나 유아이거나 혹은 폐가 안 좋으면 미세먼지도, 보건용 마스크도 위험할 수 있으니 안타깝지만 집에서 쉬는 게 최선이라는 말이다.

공기청정기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도 시중의 공기청정기 성능도 대부분 기준을 만족시켰으니, 한국공기청정기협회의 ‘CA’ 마크를 확인한 뒤 평수 용량을 보고 쓰면 된다. 공기청정기 용량 평수는 최대 가동치 기준이며, 보통 세기 기준으로 쓰려면 실제 공간보다 150% 정도 큰 용량이 좋다. 실내 미세먼지는 정전기가 많은 TV 같은 가전제품 근처에 모이므로, 공기청정기의 흡입구 방향은 이쪽으로 향하는 게 효율적이다.

최근에는 산호수, 벵갈고무나무 같은 공기정화식물도 인기이다. 없는 것보다는 나은데, 효과 정도는 좀 논란이다. 미세먼지 보완책 정도로 여기는 게 현명하다. 삼겹살을 먹으면 체내 미세먼지가 빠진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과학적인 근거가 전혀 없다. 되레 지방함량이 많은 음식은 미세먼지 속 지용성 유해물질의 체내 흡수율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무엇보다 음식을 구울 땐 미세먼지가 많이 배출되니, 환기가 기본이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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