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 통행료만 8000원 “터널 뚫려도 돌아가야 할 판”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에서 사하구로 출퇴근하는 김 모(39) 씨는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천마산터널 개통 예정 소식에도 밝게 웃지 못했다. 야금야금 지갑을 갉아 먹는 ‘통행료’ 때문이다. 광안대교와 부산항대교를 타고 서구의 까치고개를 통해 출퇴근하는 김 씨는 광안대교에서 왕복 1000~2000원, 부산항대교에서 2800원의 통행료를 낸다. 통행료 할인 시간이 보통 오전 오후 각각 2시간가량이지만, 야근 때문에 맞추지 못하는 날이 허다하다. 천마산 터널을 이용할 경우, 여기에 왕복 2800원이 더해져 출퇴근에만 총 8000원가량이 든다. 김 씨는 “통행료 부담에 터널 밖으로 돌아갈 생각”이라며 “길이 뚫려도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10일 부산시는 운영사 측이 제출한 천마산터널 통행료인 경차 700원, 소형 1400원, 중형 2400원 등을 적정하다고 판단해 요금을 확정하고 추후 시민 공고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천마산터널 운영사 ㈜천마산터널이 지난달 부산시에 제출한 통행료 등 운영계획안이 시 내부에서 검토된 결과로, 추후 물가상승률 등의 논의를 거쳐 내려진 금액이다.
천마산터널 요금 확정
경차 700원 소형 1400원 등
부산시 추후 시민 공고 예정
내년 4월까지 통행료 변동 없어
길이 짧은데도 비싸다는 불만도
부산지역 유료도로 8곳 전국 최다
‘터널 환승제’ 등 통행료 개선 주장도
차종을 구분하는 기준이 달라질 수 있지만, 요금은 확정돼 터널 통행 차량의 70~80% 이상을 차지하는 경차·소형 승용차 통행료는 각각 700원, 1400원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번 통행료 책정은 운영사 측에서 1차로 제출한 계획안 이후 시 내부 검토를 통해 최종 확정된 통행료”라며 “추후 소비자물가지수 변동과 물가상승률 예상치까지 고려해 내린 결과로, 내년 4월까지는 통행료 변경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형차 기준으로 천마산터널 통행료는 백양·수정터널과 광안대교와 비교해 400원 비싼 반면, 지난해 개통된 산성터널보다는 100원 저렴하다. 또 부산항대교와는 1400원으로 같다.
통행 길이가 짧은데도 요금은 다른 터널에 비해 비싸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광안대교의 경우 수영구 남천동에서 해운대구 우동까지 통행 거리 7.4㎞가량에 소형이 아닌 승용차 기준 1000원으로 저렴하지만, 산성터널은 5.6㎞에 1500원, 개통 예정인 천마산터널은 3.2㎞에 1400원이다.
지난해 산성터널 개통에 이어 이번 천마산터널 개통으로 부산시 내의 유료도로는 8곳(지상터널 4곳, 해상대교 4곳)으로, 전국 도심 내 최다이다. 이에 매일 2~3개 구를 넘나드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터널 환승제’ 등 8개 유료도로에 걸맞은 통행료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시 도시계획실 관계자는 “이번 통행료 산정은 물가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며 “이후 통행료 검증 절차와 시민 통행량, 불편점 등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천마산터널은 사업시행자가 30년간 수익을 가져가는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으로 건설됐고, 3065억의 국·시비와 민간 예산이 투입돼 장장 77개월 만의 공사를 마치고 다음 달 1일 개통된다.
천마산터널은 을숙도대교와 남항대교 중간에 위치해 중개 터널의 역할을 하며, 하루 2만여 명이 터널을 이용해 경제 흐름과 지역망 형성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