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산항 8부두 ‘미군 생화학 실험’ 의혹
미국 국방부가 부산항 8부두에 올해 수백만 달러의 예산을 쏟아부어 주한미군의 생화학전 과제인 ‘주한미군 합동정보포털 및 위협인식 통합(주피터·JUPITR) 프로젝트’를 계속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확인돼, 미군의 생화학 실험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미 국방부는 주피터 프로그램에 ‘살아 있는 매개체 실험(Live Agent Test)’ 포함도 명시했는데, 이는 “부산항 8부두에 시료 반입은 없다”는 과거 해명과는 정면으로 배치돼 파장이 인다.
10일 본보가 단독으로 입수한 미 국방부의 ‘2019 회계연도(2018년 10월~2019년 9월) 생화학방어 프로그램 예산 평가서’(사진)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생물감시(BSV)의 일환으로 올해 350만 달러(40억 원)를 투입, 미군 전용선석이 있는 부산항 8부두에 주피터 프로그램의 잔여 능력 개발과 작동 시연 테스트를 제공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테스트는 생화학무기 관련, △환경탐지평가(AED) △조기경보(EW) △생화학무기 감시포털(BSP) 보고 △생화학무기 식별(BICS)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미 국방부는 또 지난해 계획에 부산항 8부두와 함께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주피터 시스템 배치 완료를 목표로 설정했지만, 올해 목표에 빠진 것으로 미뤄볼 때 캠프 험프리스의 주피터 시스템 설치를 마무리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본보, 美 국방부 예산평가서 입수
올해 8부두에 350만 달러 투입
‘살아 있는 매개체 실험’ 명시 충격
“시료 반입 없다” 과거 해명과 배치
올해 미 국방부의 전체 주피터 예산은 1014만 달러(114억 5000만 원)로 지난해보다 15.6% 증가했다. 지난해 한 푼도 배정하지 않았던 △환경탐지평가 △조기경보 △생화학무기 감시포털 △생화학무기 식별 △향상된 기술 시현(ATD) 노력 등의 부문을 일제히 증액했기 때문이다. 특히 8부두에 쏟는 예산은 전체 예산의 34.5%로 규모가 가장 크다.
가장 충격적인 점은 주피터 프로젝트에 화생방 감염 회피를 위한 통합 프로젝트 관리를 지원하기 위해 환경탐지평가 장비를 이용한 ‘살아 있는 매개체 실험’을 포함했다는 점이다. 이는 주한미군이 생물무기 탐지 실험을 목적으로 탄저균이나 페스트균과 같은 고위험 병원체를 언제라도 8부두에 들여올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주한미군은 주피터 논란이 처음 불거진 2016년도만 하더라도 “부산에서는 어떤 시료 사용시험도 실시되지 않을 것이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미 국방부 예산 평가서에 살아 있는 매개체 실험을 명시하고 있어 주한미군의 해명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홍영습 동아대병원 환경보건센터 소장은 “미국 내 사막 한가운데서 하는 실험을 부산항 8부두와 같은 도심에서 한다면 매우 큰 문제다”면서 “만약 2015년 탄저균 배달 사고 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누가 책임지느냐”며 우려했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 사령부 관계자는 “주피터 프로젝트 문의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주피터 프로젝트와 관련, 주한미군과 원만한 협조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