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게임 군홧발에 철새도래지 ‘초토화’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철새도래지인 부산 강서구 낙동강 하구 진우도에서 서바이벌 게임을 벌인 일당이 해경에 붙잡혔다. 출입이 금지된 문화재보호구역에 관리에 관할 지자체, 해양수산청 등이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경찰청 제공 철새도래지인 부산 강서구 낙동강 하구 진우도에서 서바이벌 게임을 벌인 일당이 해경에 붙잡혔다. 출입이 금지된 문화재보호구역에 관리에 관할 지자체, 해양수산청 등이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경찰청 제공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이면서 문화재보호구역이자 생태계보호구역인 부산 강서구 진우도에 30명이 무단 침입해 5시간가량 서바이벌 게임을 벌인 황당무계한 일이 발생했다.

여름철새 산란철인 3월 이들이 5시간 여 동안 일반인 출입 제한 구역인 이 무인도를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철새도래지가 철새 황폐지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해양수산청, 강서구청 등이 철새도래지 관리에 손 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생태보호구역 낙동강 진우도

인터넷 동호회 30명 무단 침입

군복에 전투화 신고 ‘BB탄’ 총질

주민 신고로 ‘무법 일탈’ 중단

해수청 등 ‘관리 소홀’ 도마에

부산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9시께 전투복에 전투화를 신은 장정 30명이 강서구 신호항에서 진우도로 들어왔다. 진우도는 무인도서법에 따라 절대 보전 무인도서로 일반인들이 출입이 불가능하다. 이들은 인근 어민에게 1인당 1만원의 비용을 내고 섬에 들어갔다.

이들은 페인트탄, BB탄으로 서바이벌 게임을 하기 위해 섬에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 서바이벌 동호회에서 만난 이들은 동호회 회장인 A(40) 씨가 진우도를 서바이벌 게임 장소로 추천해 이들은 서바이벌 게임 장소로 진우도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오후 2시까지 전투화 발로 진우도 곳곳을 누비며 서바이벌 게임을 했다. 이들이 5시간 가량의 ‘무법 일탈’은 인근 주민이 해경에 신고해 해경에 의해 중단됐다. 강서구청은 무인도서 보전 및 관리법 위반으로 이들에게 각각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또한 해경은 돈을 받고 무인도에 동호인들을 실어다 준 낚싯배 선장도 처벌할 계획이다.

해경에 이들을 최초 신고한 한 주민은 “일반인은 들어올 수 없는 섬에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들어와 나가라고 했는데도 섬을 나가지 않아 결국 신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낙동강 하구 문화재보호구역 도서지역이 무법지대로 전락하면서 당장 4~5월 여름철새 산란기 철새 보호에 우려가 나온다. 낙동강 하구에는 개개비, 노랑머리 백로, 도요 등 여름철새들이 산란을 하기 위해 날아온다. 사람의 흔적이 많거나 자연 환경이 훼손된 지역을 피하는 철새 특성상 철새들이 대거 서식지를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진우도는 예전엔 쇠제비갈매기가 대거 방문하는 번식지였으나 사람들의 출입이 이어지면서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진우도가 대규모 서바이벌 게임이 이뤄질 정도로 무법지대로 전락한데는 관리 관청의 관리부실이 원인으로 꼽힌다. 해경은 문화재보호구역 내 선박 입항 등을 관리해야함에도 어선들이 ‘암암리’에 낚시꾼, 관광객들을 섬으로 실어나르는 것을 감독하지 못하고 있다. 해양수산청, 강서구청의 경우도 문화재보호구역 관리 책임이 있음에도 신고를 받고 이같은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다. 하구 일대 7개섬(진우도, 장자도, 맹금머리, 도요등, 백합등, 대마등, 신자도)의 경우 절대 보전 무인도서로 생태탐방, 학술연구 이외에는 출입이 금지되지만 별도의 관리 체계나 섬 입항을 막는 제재는 없다.

습지와새들의친구 김경철 습지보전국장은 “지금 시기는 여름 철새 산란기로 철새들에게 매우 민감한 시기인데 해경, 해수청 등이 관리에 손을 놓은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해수청 관계자는 “매일 섬 인근에 상주할 수 없다보니 섬 진입을 막을 뚜렷한 방법이 없다”며 “관리 방안을 해경, 지자체와 함께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