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테크] 마상소프트
“연매출 80억 노하우, 폰 게임 뜰 때 PC게임에 달려든 역발상”
대세를 거스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2012년은 전세계에 불어닥친 스마트폰 혁명이 본격화하던 때였다. 혁신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미래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스마트폰과 밀접한 게임업계는 말할 것도 없었다. 언제 어디서든 손바닥 위에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스마트폰의 장점은 PC 위주의 기존 게임 생태계를 마구 뒤흔들었다. 숱한 게임 개발업체들이 PC 시장을 포기하고 스마트폰 시장에 올인했다.
그때 대세를 거스른 기업이 있었다. 오히려 PC 게임 시장에서 미래를 확신한 것이다. 스마트폰 혁명에 도취돼 헐값으로 거래되던 PC 게임 지적재산권(IP)을 사들여 ‘대박’을 친 업체다. 이제는 부산을 대표하는 게임 개발업체로 자리매김한 마상소프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게임 DK온라인 지적재산권 구입
밸런싱 조절 등 업데이트 통해
신규 서버 오픈 등 성공 이끌어
“스마트폰으로 플랫폼 급변해도
훌륭한 콘텐츠는 사라지지 않죠”
2013년 해운대구로 본사 이전
직원 대부분 부산 등 지역 인재
“부산, 게임메카로서 가능성 커
게임산업에 전향적 지원 필요”
■망한 게임 되살려 흥하는 회사
마상소프트의 대표작은 ‘DK온라인’이다. MMORPG(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인 DK온라인은 매년 5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월 새로운 서버 ‘라덴’을 오픈한 뒤 유저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때는 유지비도 제대로 뽑지 못할 정도의 골칫덩어리였다.
마상소프트 강삼석 대표는 DK온라인의 월 매출이 5000만 원도 되지 않을 때 이 게임의 지적재산권을 최초 개발업체로부터 사들였다. 부족한 2%만 채워주면 PC 온라인 게임시장에서 빛을 볼 것이라는 강 대표만의 자신감이 있었던 거다. 마상소프트는 DK온라인의 소스코드를 분석하고 게임 밸런싱을 새로 맞추는 등 여러차례 업데이트를 거쳐 완전히 새롭게 꾸며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역발상’은 마상소프트 성장의 원동력이다. 강 대표는 “좋은 성과를 내던 훌륭한 게임 콘텐츠가 단순히 PC에서 스마트폰으로 플랫폼이 변한다고 해서 사라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오히려 모두가 외면했을 때 관심과 애정을 쏟아부으면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PC 온라인 게임 개발업체들로부터 사들인 게임만 10여 개. 적은 건 1억 원에서 많은 건 10억 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갔지만, 스마트폰 게임에 올인하던 개발업체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내놓은 게임들이라 헐값이나 다름없었다.
DK온라인, 프리스톤테일 등의 성공을 필두로 마상소프트는 급속도로 성장해갔다. 직원 10여 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현재 120명 넘게 두고 80억 원이 넘는 연매출을 기록하는 어엿한 중견 게임개발업체로 발돋움했다. 국제적인 게임 메카를 꿈꾸는 부산에서 견고한 기둥 역할을 해주고 있다.
■지역 인재와 함께 성장
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강 대표는 포스코, 종합금융사, 벤처기업 등에서 일했다. 인터넷 전화기를 만들던 벤처기업은 온라인 게임에도 손을 뻗쳐 강 대표를 필두로 자회사를 만들었다. 그러다 완전히 분리돼 2004년 지금의 마상소프트가 탄생했다. 강 대표는 “3년 정도는 별다른 매출도 없이 개발에 매달렸다”며 “직원들 월급을 주기 위해 사채까지 쓸 정도”라고 회상했다.
그러다 2007년 출시된 비행 슈팅 MMORPG 게임이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회사가 점차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후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타 개발업체들로부터 사들인 게임들이 제각기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성장이 본격화됐다. 본래 서울에 있었던 마상소프트는 부산시로부터 사무공간 비용을 일부 지원받아 2013년 해운대구 KNN타워로 본사를 이전했다.
지역 이전 이후 마상소프트는 지역 인재 채용에 앞장서고 있다. 직원 대부분이 부산지역 인재고, 창원과 울산 등 부산 인근 지역에 사는 직원들을 위해 회사 근처 오피스텔을 제공하고 있다. 직원 평균 연령이 30세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젊은 것도 큰 강점이다.
강 대표는 “부산으로 터를 옮긴 이후 직원들을 해고해 본 적이 한 번도 없고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이직하거나 창업을 하는 이들이 있었을 뿐이다”며 “‘실컷 가르쳐 놓으니 나가버린다’는 마인드가 아니라 더 넓은 세상으로의 연결다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게임 메카로서 부산의 가능성을 높게 본다. 특히 e스포츠 상설 경기장이 마련되고, 지역 게임 개발업체들의 게임을 시민들이 경기장에서 체험해 볼 수 있다면 마케팅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지스타의 꾸준한 개최 역시 마찬가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를 통해 게임업계 고용 클러스터가 부산에 형성된다면 서울·수도권 못지 않은 게임 생태계가 부산에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게임은 문학, 음악,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온라인 게임과 친숙한 지금의 30~40대는 온라인, PC, 모바일 게임을 가족과 함께 즐기는 세대로 성장할 것”이라며 “게임산업의 성장과 이에 대한 전향적인 지원이 필요한 건 바로 이 무궁무진한 가능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