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점식 양문석 그리고 여영국

이재희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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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희 지역사회부장

벚꽃과 함께 한껏 달아올랐던 4·3 보궐선거가 지난주 끝났다. 국회의원을 뽑는 보선은 오직 경남에서만 치러진 터라 유명 인사들의 지역 방문이 잦았다. 임기 1년짜리 국회의원이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가늠하는 예비전 성격이라 여야 각 당이 혼신의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기자들은 바빴다.

이해찬, 황교안, 손학규, 이정미 등 각 당의 대표들이 자주 지면에 오르내렸다. 모처럼 창원과 통영 그리고 고성이 북적였다. 참으로 오랜만에.

모처럼 치러진 4월 벚꽃 보선

각 후보들 특유의 공약 선봬

통영·고성 정점식 양문석 선전

지역 살리는 공약 잊지 마시길

통영·고성 지역구에 출마한 두 사람을 눈여겨보았다. 개인적 인연도 있어서다. 흔히 유명인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유명인은 그 많은 지인을 일일이 다 기억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따로 알은체는 하지 않았다. 지면을 제작하며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입장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솔직히 그들이 모른다고 할까 봐 그랬다.

이제 국회의원이 된 정점식은 많이 알려졌듯이 검사 출신이다. 그것도 공안검사다. 정점식은 선거 과정에 ‘고성의 아들’로 불리길 원했다. 그의 출생지는 경남 진양군(현 진주시)이다. 살던 마을이 남강댐 건설로 수몰되자 가족이 고성읍 동외리로 이주했다. 나이 5살 때다. 그래서 정점식은 태어난 곳은 진양군이지만 고향은 통영, 고성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존재를 각인한 것이 고성이라는 뜻이다. 고성 대성초등학교와 고성중학교를 나왔다. 마산경상고에 유학해서는 공부도 참 잘했다. 서울대 법학과를 나왔고, 1988년 졸업과 동시에 사법고시에 합격해 검사가 되었다. 24년의 검사 재직 기간 중 20년을 공안 업무에 종사해 ‘공안통’으로 부른다. 통진당 해산 때는 법무부 팀장을 맡아 헌재의 해산 결정을 끌어낸 것이 그의 자랑이다. 특히 황교안 대표가 법무부 장관일 때 검사장으로 승진해 ‘황교안 키즈’라는 말도 있다. 현 정부 출범 직후 좌천성 인사에 반발, 사표를 던지고 로펌을 설립했다가 이번 보선을 계기로 정치인이 되었다.

양문석은 조금 다른 삶을 살았다. 그는 태어난 곳도, 자란 곳도 통영 북신동인 토박이다. 모친의 고향이 고성이라 ‘고성이 낳고 통영이 키웠다’는 말을 했지만, 선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통영 유영초등과 동원중학교를 나와 진주 대아고에서 유학했다. 그도 역시 대학은 서울로 갔다. 성균관대를 다니며 뒤늦게 공부에 재미를 붙여 석사, 박사 학위까지 단숨에 땄다. 80년대 많은 대학생이 그랬듯이 그는 대학 시절 강의실보다는 교문 근처에 더 많이 있었다. 최루가스도 많이 마셨다. 정 검사처럼 고시를 할 수도, 할 생각도 없었던 그는 이 대학 저 대학 전전하는 보따리 강사 생활을 하며 대학강사노조 위원장도 맡았다. 언론학자로서 전국언론노조와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에 매진했다. 정치평론을 하다가 당시 야당인 민주당 추천의 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위원을 했다. 차관급 고위직이었다.

방송과 관계에서 잘나가던 그가 갑자기 귀향한다고 했을 때 깜짝 놀랐다. 낚시나 할 것으로 생각했던 그가 보선에 출마한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 30년 동안 보수후보만 당선되고, 지난 총선에는 야당 후보조차 없었던 고향의 현실을 개탄하며 낙향했다는 말엔 짠했다.

두 정치 신인은 이번에 혼신을 다했다. 정점식은 욕지도를 찾아가 ‘누님 형님, 점식입니다’ 하며 처음 보는 사람을 덥석 부둥켜안는 등 뻣뻣한 공안검사의 이미지를 단박에 벗었다. 양문석은 특유의 걸걸한 입담으로 ‘어무이 아버지, 문석이 왔습니더’라며 여당후보답게 활력 넘치는 다양한 공약을 쏟아냈다.

그런데 언뜻 다른 듯한 두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너무 많았다. ‘안정공단에 망치 소리가 다시 들리게 하겠다. 성동조선을 부활시키겠다. 폐조선소에 영국 테이트모던 같은 미술관을 유치하겠다. 일자리 4000개를 만들겠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 ’ 누구의 공약인지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두 사람은 주장이 비슷했다. 선거 때 목청껏 외친 공약처럼 이제는 어려운 지역을 살리는 데 각자 헌신하길 바란다. 1년 후 리턴매치도 기대된다.

참, 노회찬 의원의 뜻을 이어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여영국에게도 축하의 인사를 건넨다. 당대표와 함께 축구장까지 찾았지만, 아쉽게 낙선한 강기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jaehee@busan.com


이재희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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