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시, 낙동강 하구 쓰레기 몸살 수수방관할 건가
낙동강 하구 일대 철새도래지가 쓰레기장이 돼 가고 있다. 폐그물과 스티로폼, 플라스틱 등 각종 쓰레기로 범벅이 된 낙동강 하구는 문화재보호구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라는 게 이 지역을 직접 둘러본 시민단체의 증언이다. 이 일대의 쓰레기가 1만t 이상에 이를 것이라는 시민단체의 추계는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매년 200여 종 수만 마리의 철새들이 찾는 낙동강 하구는 세계 최대 철새도래지다. 그러나 최근 낙동강 하구를 찾는 철새의 종과 개체수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물론 낙동강 하구의 철새 감소는 생태계 변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겠지만 늘어나는 쓰레기로 인해 철새들이 먹이활동과 산란을 제대로 하기 어려워진 것이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대체 이 지경이 되도록 관계 당국은 뭐 하고 있었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부산시가 낙동강 하구 쓰레기 청소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해가 갈수록 쓰레기가 더 늘어나는 것은 부산시 등의 활동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부산시가 실시하는 정화작업은 이렇다 할 장비 없이 어민을 동원해 직접 수거하는 방식이어서 무게가 수십t에 이르는 폐그물을 비롯한 무거운 쓰레기는 사실상 수거가 불가능하다. 하굿둑을 기준으로 나눠 상류는 부산시가, 하류는 강서구와 사하구가 각각 정화작업을 담당하는 이원화된 관리 체계도 문제다.
더 이상 낙동강 하구를 철새가 살 수 없는 쓰레기 천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인력과 예산 타령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시민의 자부심인 철새도래지를 쓰레기 오염으로부터 지켜 내야 한다. 임시방편의 찔끔 수거 방식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기초자치단체에 떠넘길 일도 아니다. 부산시가 직접 나서 종합적인 낙동강 하구 쓰레기 수거 계획을 세우고 이를 확실하게 실행해야 한다. 철새는 낙동강 하구의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는지를 알리는 지표다. 철새가 살 수 없게 된다는 것은 곧 머지않아 사람도 살 수 없는 곳이 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