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문화기획자다] 6. 부산국제단편영화제 프로그래머 세바스티앙 시몽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파란 눈의 광안리 주민, 단편영화에서 꿈을 좇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세바스티앙 시몽 씨가 영화제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강원태 기자 wkang@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세바스티앙 시몽 씨가 영화제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강원태 기자 wkang@

부산국제영화제(BIFF)로 처음 부산과 인연을 맺고, 지금은 부산국제단편영화제(BISFF)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는 프랑스인 세바스티앙 시몽(Sebastien Simon·36) 씨를 만났다. 한국 이름은 심세부. 전세계를 무대로 일해온 그가 앞으로 적어도 1년은 부산에서 살면서 본업인 영화 작업을 계속하고 싶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부산살이 두 달차 영화인 시몽 씨의 꿈을 들여다봤다.

2006년 한국 작품 편집 감독으로 인연

제주·서울 영화제 심사위원 활동도

BISFF 합류 후 국제 네트워크 ‘탄탄’

아카데미 공식인증 영화제 선정 성과

내년 공개 목표로 다큐멘터리 작업 중

“단편영화제에서 발견의 기쁨 느껴”

8년간 함께 성장한 BISFF

오는 24일 개막을 앞둔 제36회 BISFF 사무실은 분주했다. 프로그래머들을 비롯해 영화제 준비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 시몽 씨가 있었다. 시몽 씨의 지인과 BISFF 내부에서는 그를 한국 이름인 심세부라고 부른다. 그는 2017년부터 BISFF의 프로그래머로 합류해 활동해왔지만, 본격적으로 ‘영화 도시’ 부산에 사는 건 처음이다.

부산과의 인연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현정 감독의 다큐멘터리 ‘코리안 돈키호테, 이희세(Korean Don Quixote, Lee Hise)’(2006)의 편집 감독으로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방문했다. 시몽 씨는 “그 때는 23살이었고 영화제 방문이 처음이어서 모든게 낯설고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E.S.E.C 영화학교 및 파리 1대학을 졸업한 이후, 영화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유럽을 벗어나 방문한 외국이 부산이었던 셈이다. 부산에서의 ‘강렬한’ 추억을 안고 프랑스에 돌아가서 영화 편집자로 일하다가, 2012년 부산에 다시 돌아왔다. 2012년 BISFF 주빈국 프로그램의 주빈국이 프랑스여서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로 참여했다. 이후 한국에서의 일이 늘어났다. 제주프랑스영화제 프로그래머,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예심 심사위원 등의 일로 지금까지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처음 BISFF와 인연을 맺은 8년 전에 비해 영화제가 양적·질적으로 좋아졌다는 점이 감격스럽다”면서 “영화제 핵심 멤버들과도 8년 동안 동고동락하면서 함께 성장한다는 느낌이 좋다”고 전했다. 실제로 2012년과 올해 BISFF를 비교하면 출품 신청 작품이 2000여편에서 6072편으로 대폭 늘어났다.

부산서 일구는 심세부 씨의 꿈

시몽 씨가 BISFF에 합류하면서, BISFF의 국제적 네트워크도 탄탄해졌다. 2017년 국내 영화제 중 최초로 아카데미 공식인증 영화제에 선정된 것도 시몽 씨의 노력이 컸다. BISFF에서 공식적으로는 프로그래머지만, 번역, 공식 예고편 제작 등을 도맡고 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공식인증 영화제가 되면서, BISFF에서 상영하는 단편 영화가 자동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부문(극 영화·애니메이션) 후보 심사 대상이 된다.

또 지난해 부산으로 이전한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와 연락해 BISFF 한국경쟁 대상을 KAFA상으로 하기로 협의하는 등 한국 안에서의 네트워킹도 한층 탄탄해졌다. KAFA뿐만 아니라 부산에 있는 아시아영화학교와도 협력하기로 했다.

영화제가 끝나면 시몽 씨는 자신의 작품 활동에 집중하기로 했다. 도쿄에 살면서 2005년부터 한국 영화제를 찾아다니는 일본인 테츠 코노 씨의 이야기다. 지난해 한국에서 열리는 41개의 영화제에 참가했을 정도로 열성적인 한국 영화제 팬이다. 시몽 씨는 그의 이야기에 매료돼 미국인 공동 감독과 함께 2014년부터 100시간 이상의 영상을 찍었고, 내년 공개를 목표로 장편 다큐멘터리 편집 작업을 할 예정이다.

부산 광안동 주민이 된 시몽 씨의 꿈이 앞으로 어떻게 발현될 지 궁금해졌다. 그는 “단편영화제는 특히 운이 좋으면 감동을 받거나 자극받을 수 있는 발견의 기쁨이 있다”면서 “내가 그랬던 것처럼 전세계의 단편영화를 통해 한국 밖 다른 문화에 대해 함께 알아갔으면 좋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