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조현병 환자 40% “다른 사람 알까 두렵다” 치료 망설여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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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조현병 환자의 40%가량이 발병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의료기관 방문을 망설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첫 증상이 발생한 이후 평균 1년 6개월가량 치료를 받지 않고 병을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시 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

정신장애 미치료 기간 23개월

치료 늦을 시 대인관계 등 문제

부산시와 동아대 산학협력단이 함께 조사한 부산시정신건강실태조사 및 제2기 정신건강 5개년 기본계획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의 39.1%가 발병 사실이 드러날까 우려해 정신건강의학과 방문을 망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 이번 조사는 부산 소재 병원에 입원했거나 외래 진료를 받는 조현병 환자 256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의료기관 방문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증상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을 것 같아서’(44.1%)이며, 이어 △발병 사실이 드러날까 봐 △의무기록이 남아 보험, 취업, 군대에 불이익이 있을까 봐(33.2%) 등의 순이다.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두려워 발병 사실을 숨긴 채 병을 방치하는 경우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환자 다수가 의료기관 방문을 망설이는 탓에 치료를 받지 않고 병을 방치하는 기간은 길었다. 전체 정신장애의 평균 미치료 기간은 약 1년 11개월에 달했다. 이 중 주요 정신장애로 분류되는 조현병은 18.7개월, 우울증은 38.5개월, 양극성 장애는 18.7개월이었다. 치료가 시급한 정신질환으로 분류됨에도 불구하고 짧게는 1년 6개월, 길게는 3년 이상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이다. 이는 외국의 평균 미치료 기간에 비해 다소 높은 수치다.

특히 조현병의 경우 1년 이상 병을 방치하는 비율이 약 30%에 달했다. 미치료기간이 1년이 넘어가면, 이후 50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고, 이로 인해 직업, 대인관계, 가정생활 등에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미치료 기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생각은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는 소용없다’ 혹은 ‘치료 받아도 낫지 않는다’였다. 뒤이어 △어느 기관 누구에게 가야 할지 모르겠다 △치료비가 부담스럽다 등의 이유가 미치료 기간 연장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조현병 환자의 치료나 실태 확인에 정책적인 초점을 맞춰졌다면, 올해부터는 조현병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개선도 병행할 예정”이라면서 “각 구·군이 여는 대규모 행사에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 부스를 설치하고 인식 개선 관련 작품 전시회 등도 늘려 가겠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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