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부산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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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구 부산외국어대학교 동남아창의융합학부 교수

한국과 아세안이 대화관계를 수립한지 올해로 30주년이 된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11월 25~26일 이틀간 부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또한 2011년 이래 장관급으로 개최되어오던 한-메콩 회의도 정상회의로 격상되어 11월 27일에 부산에서 개최된다. 2019년은 한-아세안 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이 본격적으로 도약하는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부산이 그 중심에 서게 되는 것이다. 신남방정책은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수준을 높여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 4강국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2009년 6월 대화관계 수립 20주년을 기념하여 제주도에서 열렸으며, 2014년 12월 대화관계 수립 25주년을 기념해 부산에서 열린 바 있다. 부산에서만 두 차례 열리게 되는 셈인데 그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부산은 그 동안 아세안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2014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후속사업으로 2017년 만들어진 아세안문화원이 부산에 자리잡고 있다. 문화원설립은 아세안 대화 상대국 중 최초라는 각별한 의미도 갖는다.

부산시는 일찍부터 아세안국가와 여러 곳의 자매우호도시 관계를 맺어왔다. 부산에는 아세안국가 사람들이 자주 찾는 관광명소, 영화와 드라마 촬영장소, 부산이 도시브랜드로 내세우고 있는 국제적 행사와 축제들이 있다. 이른바 아세안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부산형 한류콘텐츠’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이 풍부하다는 의미다. 현재 부산 거주 등록 아세안국가 사람들은 전체 부산 등록 외국인의 45%에 달하는 1만 9000여 명이다. 또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태국, 라오스, 필리핀 등 6개국 아세안국가 명예영사관이 설치돼 민간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필리핀문화원 부산지원과 인도네시아센터도 개설돼 있다.

특별정상회의 부산 개최의 의의는 뚜렷하다. 개최지가 부산으로 발표된 후 부산시는 정상회의 공식 의제로 아세안콘텐츠빌리지 조성 채택을 정부에 건의했다. 부산시가 구상하는 아세안콘텐츠빌리지는 영화교류센터, 아세안 게임·웹툰 진흥센터, 종합관광청, 비즈니스·창업센터 등으로 구성된다. 이것이 실현되면 아세안문화원과 함께 부산과 아세안 양 지역간의 쌍방향 문화교류에 앞장서게 될 것이며 이번 정상회의의 의의도 두드러지게 할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정상회의가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조성을 위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피력하고 있다. 부산 뿐 아니라 일부 아세안 국가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석이 그런 계기를 만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위축된 비핵화 모멘텀의 불씨를 부산에서 다시 살려나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아가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부산이 한반도 긴장 완화와 유라시아 횡단철도의 시·종착점이 될 수 있다는 상징성을 널리 부각시킨다면 정상회의의 또 다른 의의를 더해 줄 것이다.

앞으로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르면 부산은 신남방정책의 교량역할을 하는 한-아세안 사이의 협력 허브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생의 경제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지속가능한 발전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침체된 부산지역 주력산업 수출 활성화를 위해 아세안 시장 개척에 나서는 일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는 막대한 대아세안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일방적인 경제적 이익추구는 필히 지양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국가 차원의 신남방정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해 부산의 보완적인 역할을 찾아야 할 것이다. 신남방정책은 사실상 베트남을 비롯해 한두 개 아세안 특정국가에 관심이 치중되어 왔다. 따라서 이 같은 국가 차원의 외교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써 부산 도시외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데 기존에 소홀히 다루었던 여타 아세안국가와의 관계를 도시외교를 통해 활성화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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