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학교’ 고찬유 감독] 차별·고통·투쟁 속 70년… 재일 조선학교를 이야기하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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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조선인 고찬유 감독이 제10회 부산평화영화제 개막작 ‘아이들의 학교’ 상영에 앞서 일본 내 조선학교 차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재일조선인 고찬유 감독이 제10회 부산평화영화제 개막작 ‘아이들의 학교’ 상영에 앞서 일본 내 조선학교 차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 내 조선학교의 70년 역사를 널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제10회 부산평화영화제 개막일인 지난 23일. 부산 중구 동광동 부산영화체험박물관 영상실에서 개막작 ‘아이들의 학교’(2019)를 상영하기에 앞서 만난 고찬유(71)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만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학교 역사 자체 다룬 최초 영화

일본에서도 뜨거운 반향 일으켜

美 등 해외서도 상영 요청 쇄도

“우리말·역사 배울 권리 지켜져야”

장편영화 ‘박치기!’(이즈츠 가즈유키 감독·2004), 김명준 감독의 다큐 ‘우리 학교’(2006)와 박사유·박돈사 감독의 다큐 ‘60만번의 트라이’(2014)까지 일본 조선학교의 현실을 다룬 영화는 많았지만, 지금까지 조선학교의 역사 자체가 주제인 영화는 없었다.

이 영화는 일본 패전 이후 일본을 관할한 연합군사령부(GHQ)의 ‘조선학교 폐쇄령’에 맞서 싸운 ‘4·24 한신 교육투쟁’을 시작으로 조선학교 고교 무상화 배제 반대투쟁에 이르기까지, 조선학교를 향한 차별과 이를 극복하려는 투쟁의 역사를 담았다.

영화는 지난 1월 일본 오사카에서 개봉한 이후 일본 내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처음에는 1주일간 상영 예정이었던 것이 서서 보는 사람이 생길 정도로 반응이 뜨겁자 상영기간을 5주로 연장했고, 교토 고베 나고야 등 일본 전역으로 상영관이 늘어났다. “조선학교 역사에 대해 처음 안 사실이 많아 충격이다”는 관객의 반응이 많았다.

재일조선인 2세인 고 감독은 실은 조선학교 출신이 아니다. 그는 “부모님은 제주도 출신으로 오사카에 정착한 1세대였고, 조선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차별당했기 때문에 일본 이름을 쓰면서 철저하게 숨기고 살았다”고 설명했다.

보통의 일본인 학생처럼 공립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고 감독은 “같은 고등학교 출신의 재일조선인 선배가 일본 일류 대학에 갈 줄 알았더니 도쿄에 있는 조선대학교에 진학했다. 여름방학에 돌아온 선배와 재일조선인의 역사와 한반도의 역사 이야기를 나눴던 1시간이 내 인생을 바꿨다”고 전했다. 고 감독 역시 도쿄 조선대학에 진학했고, 지금까지 재일조선인에 대해 알리는 논픽션 작가와 대학 강사로 살았다.

다수의 저서가 있는 고 감독이 이번에는 책이 아닌 영화를 선택했다. 고 감독은 “1995년 조선학교에 관한 책을 쓴 적이 있지만, 그때에 비해 지금이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이 더 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90년대부터 조선학교 출신은 일본 국립대학에 응시조차 안됐고, 2010년 고교 무상화에 조선학교는 제외됐다. 현재 고교 무상화 차별에 대한 소송이 일본 내 5개 지역에서 진행 중이다. 1심에선 오사카를 제외하고 패소했다.

‘4·24 한신 교육투쟁’ 당시 일본 경찰의 총탄에 맞아 숨진 김태일 학생의 이야기, 일본 고교 무상화 제도 설계에 참여한 마에가와 기헤이 전 문부과학성 사무차관의 조선학교 무상화 배제는 ‘관제 헤이트(官製 Hate, 정부 주도의 차별)’라는 발언은 울림이 크다.

고 감독은 “미국 독일 프랑스 등 해외에서도 상영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그들에게 항상 요청하는 것이 상영료는 안받아도 좋지만 꼭 일본 정부에 항의 편지를 써달라고 말한다. 우리말과 우리 역사를 배우는 ‘민족교육권’은 꼭 지켜져야할 가치다”고 강조했다.

조영미 기자 mia3@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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