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장애인 돈 착복 그룹홈 시설장 구속
사회복지법인 동향원의 무연고 장애인 인권 유린 실상이 본보 보도(올 2월 7일 자 1면 등 보도)로 드러난 가운데, 무연고 장애인의 돈을 횡령한 장애인공동생활가정(그룹홈) 시설장이 구속됐다.
시설 장애인 3명 연금 빼돌리고
장애인 특별공급 분양 받아 전매
1억 8700만 원 상당 부당이득
동향원 사태 계기 부산서 첫 구속
市 인권 실태 전수조사서 드러나
다른 일부 복지시설에서도 금전 착취 정황이 드러나는 등 ‘동향원 인권 유린 사태’를 계기로 무연고 장애인을 상대로 한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26일 경찰과 부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부산 해운대구 한 그룹홈 시설장 A(60) 씨가 구속됐다. A 씨는 시설에 거주하는 실질적 무연고 장애인 3명을 상대로 장애인 연금을 무단으로 빼돌리는 등 1억 8700만 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2007년부터 돈을 관리해 준다며 장애인들 연금 수급 카드 등을 건네 받은 뒤, 무단으로 카드를 사용하거나 현금을 인출했다. 또 장애인 명의로 분양받은 특별공급 아파트를 전매해 이득을 취하거나, 장애인 명의 아파트를 임대해 몰래 수익을 챙겼다. 이렇게 빼돌린 돈은 비싼 화장품을 사거나 스파를 즐기는 등 주로 자신의 미용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자신의 가족을 그룹홈 활동지원사로 이름을 올린 뒤, 실제 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활동보조금을 챙긴 정황도 확인됐다.
장애인 복지계에 따르면 부산지역 시설장이 국가보조금이 아닌 장애인 개인 명의나 돈을 빼돌려 구속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혐의는 올 2월 진행된 부산시의 장애인 인권 실태 전수조사에서 처음 드러났다. 시와 부산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무연고 장애인의 인권 유린 실태가 고발된 동향원 사태를 계기로 지역 내 75개 전체 장애인 거주시설을 조사해 왔다. 현재 A 씨가 운영해 온 그룹홈은 폐쇄됐으며, 거주 장애인은 단기보호시설 등으로 격리됐다.
부산장애인권익옹호기관 박용민 관장은 “이번 조사로 드러난 피해 장애인의 90% 이상이 돌볼 보호자가 없는 실질적 무연고자”라며 “동향원처럼 일부 대형 거주시설뿐 아니라 소규모 그룹홈도 완전히 안전하지 않은 만큼, 무연고 장애인에 대한 관리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시 실태조사 결과 A 씨가 속한 그룹홈뿐 아니라 지역 내 다른 6~7곳의 장애인 거주시설에서도 장애인 돈을 부당하게 쓴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한 달 전쯤 이미 실태조사를 끝냈지만, 아직까지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치부를 축소하거나 숨기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피해자 격리가 아직 되지 않았고, 내용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아직은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면서 “최근 일련의 장애인 인권 침해 사건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책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