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관광도시로] 관광·마이스 성장 과제
컨트롤타워 만들고 지역기업 키울 파격 정책 내놔야
부산의 관광·마이스가 실제 일자리를 만들고 부가가치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산·학·관·연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히 행정 조직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관련 산업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역 기업에 대한 지원과 함께 부산 고유 브랜드 행사, 상품을 개발해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순 행정조직 확대 수준 넘어
관광부시장·특화 전략회의 등
산·학·관·연 컨트롤타워 필요
사계절 관광지 위한 지속 마케팅
지역업체 인센티브 등 고려해야
BIFF 넘어설 부산 브랜드 행사
관광·마이스 업계, 숙제로 지적
■컨트롤타워 없는 관광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 벡스코 등 관광·마이스 관련 기관들이 그동안 지역 산업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쳐 왔다. 문제는 이들 기관과 기업을 유기적으로 연계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이었다. 지역 업계와 전문가들은 다소 파격적인 ‘관광부시장’ 제도 도입이나 ‘부산관광진흥전략회의’ 같은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각 기관과 업체의 산발적 노력으로는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일본 관광산업이 급성장한 배경으로 아베 총리가 주재하는 관광회의를 꼽을 정도다. 서울시도 최근 박원순 시장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며 관광·마이스를 챙기고 있다. 관광·마이스는 종합적인 산업이라 여러가지 사안을 아울러 결정할 수 있는 회의기구, 협의체가 필수다. 해양관광이나 의료관광의 성장이 더딘 것 역시 관련 부서가 여러 곳으로 나뉘어 있어 효과적인 의사 결정이나 홍보가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돈 버는 산업’이 되려면 상품 개발과 마케팅도 필수다. 당일치기로 다녀가는 관광지가 아니라 장기 체류하는 관광지가 되기 위해서는 ‘머스트 비지트 플레이스(MVP)’ 마케팅 같은 것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부산에서 먹어야 할 10가지 음식’ ‘부산에서 체험해야 할 10가지 액티비티’ 등 먹을거리와 놀거리를 엮어 홍보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름 한철 관광지가 아니라 ‘일주일 살아보기’ ‘한 달 살아보기’가 가능한 사계절 관광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품 개발도 필요하다. 4차산업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관광·마이스 관련 연구개발 지원도 시급하다.
■공정거래 통한 지역 기업 육성
지역 기업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육성 전략도 세워야 한다. 허수진 핑크투어 대표는 “부산 인바운드 투어를 수도권 업체들이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역 업체에 대한 우선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신규 상품 개발과 이를 통한 모객 실적에 대한 인센티브 같은 것도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민 부산메이트 대표는 “최근 관광객의 80%가 FIT(개별여행객)인데 여전히 지원은 단체관광 위주로 이뤄지고 있어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에 맞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이스 행사의 경우 공정거래 가이드라인이 있음에도 지켜지지 않아 지역 업체들의 이윤 감소와 직원들의 저임금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부산시가 공정거래를 의무화하고,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대표 도시를 선언하고 나서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한다. 이봉순 리컨벤션 대표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같은 정부 행사의 경우 이전 행사 진행 경험을 주요 심사기준으로 삼는데, 이런 방식이라면 서울 업체가 아닌 지역 업체에는 영원히 기회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수도권 평가위원 일색인 입찰 심사위원에 지역 전문가가 배당되지 않으면 개최 도시의 전문성이 인정될 창구도 없다”고 말했다.
단순히 국제행사를 유치해 오는 것뿐 아니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같은 도시 브랜드 행사를 만드는 것도 과제다. 정보기술(IT), 영화, 음악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 창조산업 축제로 불리는 이 행사는 행사 수입만 3억 5000만 달러(약 4000억 원)에 이르고, 오스틴 내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10조 원에 이른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뛰어넘는 새로운 부산 브랜드 행사가 생겨나야 하는 이유다.
공항이나 전시·컨벤션센터 같은 관광·마이스 인프라 확충을 위한 장기 비전도 요구된다. 윤태환 동의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 교수는 “전 세계에 10만㎡ 이상 규모의 전시장이 61개, 20만㎡ 이상도 21개나 될 정도로 전시산업이 대형화, 복합화 되고 있다”며 “부산도 벡스코 확충뿐 아니라 북항 복합리조트, 서부산 제2전시·컨벤션센터 삼각축을 중심으로 한 다중거점 인프라 구축을 통해 새로운 산업수요 창출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