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첩보전 방불케 한 물적분할 주주총회…노조 “원천 무효 소송할 것”
현대중공업이 31일 첩보전을 펴듯 주주총회장을 옮기고 ‘회사 분할’건을 마무리했다. 주총을 연 지 15분도 지나지 않아서다. 노조는 ‘날치기 주총’이라고 반발, 소송을 비롯한 원천 무효화 투쟁에 돌입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오전 11시 10분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임시 주총을 열고 회사 분할을 의결,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첫 관문을 넘었다. 이날 주총에는 의결권 주식 7071만 4630주의 72.2%(5107만 4006주)가 참석했고, 분할계획서 승인 안건은 참석 주식 수의 99.9%(5101만 3145주)가 찬성했다. 회사분할은 ‘참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 특별결의 사안이다.
주총 승인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물적분할 방식을 거쳐 중간지주회사와 조선·특수선·해양플랜트·엔진기계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로 쪼개진다. 현대중공업은 존속 법인인 중간지주사의 사명을 한국조선해양으로 바꾸고 본사를 서울로 옮긴다. 신설 자회사의 명칭은 현대중공업이며, 본사는 울산에 둔다.
현대중공업 한영석 사장은 “물적분할은 대우조선과의 기업결합을 통해 현대중공업의 역량과 가치를 최대한 올리고 재도약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대우조선과의 기업결합을 성공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이를 통해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 주주가치도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사 측의 주총 개최는 마치 007작전을 벌이듯 치밀하고 신속하게 이뤄졌다. 애초 오전 10시 한마음회관에서 예정된 주총은 노조의 점거농성에 막혀 불발로 그쳤다. 금속노조 조합원 수천 명이 한마음회관 안팎을 철옹성처럼 지키고 있었다. 주총 시간을 갓 넘기면서 회사가 주총장을 사내 체육관으로 옮긴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노조원 수백 명이 회사 정문으로 몰려가 농성을 벌였다. 회사는 버스 10여 대를 동원해 차벽을 설치하고 노조원들의 진입을 막았다. 노조원들이 한마음회관과 회사 정문으로 양분된 사이, 주총 장소와 시간이 ‘오전 11시 10분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긴급 변경됐다. 남은 시간은 약 40분. 허를 찔린 노조가 제시간에 주총장에 도착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법인분할 주총은 원천 무효’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우리사주조합 등 주주들의 자유로운 참석이 보장되지 않아 주주총회는 적법하지 않고, 위법한 주총에서 통과된 안건 역시 무효”라며 소송 방침을 밝혔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도 성명을 내고 “주총 변경에 대한 충분한 사전고지가 없었고, 변경된 장소로 이동 불가능한 시간을 고지한데다, 주주들의 이동 편의도 제공하지 않았다”며 “주주들의 참석권과 의견표명권을 침해하는 등 중대한 결격 사유를 가진 이번 주총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