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806> 샛강도, 터울도 아니다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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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1983년 결혼 뒤 7년째 서로의 곁을 지켜온 ‘절친 커플’ 신치용, 전미애 부부를 9일 경기 용인의 자택에서 만났다. 다섯 살 터울의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1980년 태릉선수촌에서였다.’

어느 신문에 실린 신치용 전 프로배구 삼성화재 감독 부부 인터뷰 가운데 한 구절인데, 알고 보면 낱말 하나 잘못 쓰는 바람에 신 전 감독 부부에게 몹쓸 짓을 한 셈이 됐다.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터울: 한 어머니로부터 먼저 태어난 아이와 그 다음에 태어난 아이와의 나이 차이. 또는 먼저 아이를 낳은 때로부터 다음 아이를 낳은 때까지의 사이.(터울이 지다/터울이 뜨다/형과 나는 두 살 터울이다./우리 위에는 한 살 터울의 수희 언니가 있었고, 그때 우린 몹시 가난했었기 때문에 나는 낳자마자 이모가 데려다 길렀다.〈박완서, 도시의 흉년〉/….

이처럼 터울은, 한 어머니에게서 난 자식들 사이에만 쓰는 말이다.(표준사전에 따르면, 이복형제 간에도 쓸 수 없는 셈.) 그런 판에 ‘다섯 살 터울’이라 했으니, 부부를 친남매로 만들어 버린 셈이다. 한데, 이런 치명적인 실수는 신문·방송에서 드물지 않게 본다.

‘제일 무섭다는 3년 터울.’

한국방송(KBS) ‘1박2일-특종 1박2일’편에 한국방송 기자들이 출연한 적 있는데, 저런 자막이 나왔다. 한국방송 기자들은 모두 형제자매란 얘기인가. 어느 신문의 방송 프로그램 안내에는 이런 구절이 실렸다.

‘황 할머니와 임 할머니는 한 살 터울 언니, 동생으로 한 마을에서 태어나 시집도 같은 마을로 왔다.’

이쯤 되면 세상 모든 사람이 형제자매가 될 판이다. 뭐, 그렇게 되면 나쁠 건 없겠다마는…. 아닌가?

‘‘마산만 샛강 살리기 사업’이란 마산만의 수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마산만에 유입되는 하천 상류의 샛강부터 수생태계 환경을 개선하고자 주민주도로 추진되는 사업으로, 올해 4천만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지역주민 환경의식 교육 △물길조성 △쓰레기 수거 △수생식물 식재 등의 세부사업으로 추진된다.’

경남 창원시청이 낸 보도자료인데, 저기 나온 ‘샛강’은 그냥 지천이나 개천, 소하천일 뿐이다. 표준사전을 보자.

*샛강: 큰 강의 줄기에서 한 줄기가 갈려 나가 중간에 섬을 이루고, 하류에 가서는 다시 본래의 큰 강에 합쳐지는 강.(샛강과는 달리 한강 본류의 물은 그런대로 말갛고….〈이정환, 샛강〉)

즉, 본줄기에서 갈라졌다가 다시 합쳐지는 지천이 샛강인 것. 그래도 헷갈린다면, 큰길에서 벗어났다가 다시 만나게 되는 ‘샛길’을 생각하면 되겠다. 하여튼, 한쪽이 막힌 강은 샛강이 아닌 것이다. jinwoni@busan.com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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