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교란식물 극성 낙동강 하구 둔치 ‘초토화’
“이곳은 이제 생태계 화합이 아닌, 경합의 장이 돼 버린 지 오랩니다.”
환경부 지정 생태교란식물들이 낙동강 하구 둔치를 장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부산시는 둔치 역시 국가 관할이라며 대안 마련에 소극적인 실정이다.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일원
독성 뿜는 ‘양미역취’ 등 군락
삼락·화명·강서구청까지 ‘빽빽’
번식력 왕성, 인근 식물들 고사
부산시 “둔치는 국가 관할”
대안 마련 ‘소극적’ 지적 일어
11일 오전 10시 30분께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일대. 낙동강 수관교를 따라 펼쳐진 드넓은 녹지를 한 종의 식물이 뒤덮고 있었다. 이 식물은 풍매(바람에 씨를 날려 수정하는 것)와 뿌리 번식을 통한 기하급수적인 개체수 증가로 낙동강 하구 생태계에서 악명을 떨치는 ‘양미역취’다.
북미 원산의 양미역취는 뿌리에서 독성 물질을 분비해 인근 식물의 발아와 접근·성장을 방해하고 홀로 땅속 영양분을 빨아들인다. 양미역취 군락지에 자리 잡은 줄기 개수를 세어본 결과 1㎡ 안에서 생육하는 양미역취만 250포기에 달했다. 빽빽이 자리 잡은 ‘양미역취 정글’ 속 토착 식물은 5포기에 불과했다. 양미역취 이외에 환경부 지정 생태교란종인 가시박, 단풍잎돼지풀, 털물참새피 또한 생태공원 안쪽 신덕습지 일대에서 나날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 생태교란식물들은 낙동강 수변을 따라 삼락·화명·맥도생태공원과 강서구청 일대까지 넓게 퍼져 있었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는 “낙동강 생태계를 교란하는 유해 식물들이 생존력과 번식력을 자랑하며 낙동강 일대를 ‘잠식’하고 있다”며 “부산시는 즉각 전담 부서를 신설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1일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에 따르면 대저생태공원 면적 264만 4628㎡ 중 약 22만㎡에 생태교란식물종이 분포하고 있으며 해마다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맥도생태공원의 생태교란식물종 분포 면적은 21만㎡ 삼락생태공원은 11만㎡, 화명생태공원은 약 3만㎡ 면적에 생태교란식물이 분포돼 있다.
하지만, 이 분포 범위는 아직 ‘추정’에만 그친다. 일일이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분포 범위가 너무 넓어졌기 때문이다. 생태교란식물이 낙동강 하굿둑 일대 생태계를 집어삼키고 있지만, 이제껏 생태교란식물 퇴치에 대한 시 예산은 단 한 차례도 투입되지 않았다. 낙동강은 국가 하천으로 분류돼 인근 둔치도 국가 관할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현재까지 이뤄진 부산시의 대책으로는 시민 행사 등을 통한 부분적 ‘생태교란식물 뽑기’에 머물러 있다.
올 4월 부산시가 국토교통부로부터 ‘국가 하천 유지보수 비용’ 8000만 원을 받았지만, 이 정도로는 턱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부산시는 추가로 환경부에 3억 원의 예산을 신청해둔 상태지만, 추가 예산 교부 가능성은 미지수다. 시는 우선적으로 생태교란식물 개화 시기인 9월 이전에 트랙터를 이용해 대저생태공원 신덕습지 일대 유해 식물 퇴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상황이 가장 심각한 신덕습지 일대 교란 식물 퇴치 작업이 계획돼 있고, 추후 예산 활용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오는 12일에는 민·관 합동 교란식물 퇴치행사를 열어 환경단체 등 시민 200여명을 동원해 양미역취 뿌리 뽑기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