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참전용사 ‘유엔공원’ 잇단 안장, 왜?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6·25 전쟁 참전용사의 유해가 모셔져 있는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기념공원. 유엔기념공원 제공 6·25 전쟁 참전용사의 유해가 모셔져 있는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기념공원. 유엔기념공원 제공

6·25 한국전쟁에 참전한 캐나다인이 최근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영면(본보 지난 11일 자 11면 보도)에 들었다. 한국전쟁에 유엔군으로 참전한 생존 용사들이 현재 80~90대 고령인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이런 사례는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이들이 조국을 떠나 머나먼 부산에 영면하길 희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 세계 유일 유엔군 묘역… 11개국 2300명 잠들어

2. 우수한 공원 관리… 1년 내내 꽃 만발한 안식처

3. 고인에 대한 예우… 정부의 국가적 차원 안장식

4. 부인도 합장 가능… 희망자 11명 남편 곁에 영면

13일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따르면 현재 공원에는 한국전쟁에 파병된 11개국 2300명의 참전용사가 잠들어 있다. 전쟁 당시 사망하거나 전사자 예우를 받은 참전용사들의 부인 11명도 합장 중이다.

특히 지난 2015년을 시작으로 올해 3명 등 총 9명의 참전용사가 유엔묘지에 사후에 안장됐다. 참전용사의 영면은 계속해서 이어질 예정이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병력 기록이 있으면 사후 개별 안장이 사실상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벨기에인 1명, 영국인 1명, 미국인 3명 등의 참전용사가 허가를 받는 등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각국 대사관은 참전용사를 상대로 사후 개별 안장에 대한 홍보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은 6000여 명의 참전용사를 추가로 수용할 수 있는 여유 부지를 준비해두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총 21개국이 34만 명 이상의 병력을 지원한 점을 감안할 때 향후 더 많은 국가의 참전용사들이 영면 의사를 밝힐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이 가진 여러가지 장점들도 영면 희망자들이 크게 늘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우선 이 곳은 세계에서 유일한 유엔군 합동 묘역이다. 한국전쟁에서 생사를 함께 넘나들던 전우들과 함께 잠들길 희망하는 ‘노병’들의 최종 휴식처는 부산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고인에게 최고의 예우를 갖추는 점도 참전용사들의 마음을 끄는 이유로 꼽힌다. 유해 봉환식이나 안장식에는 국가보훈처장과 각국 주한대사 등이 참석해 고인을 기린다.

11개국이 공동 관리하는 유엔기념공원이 세계 최고 수준인 점도 자신의 조국을 떠나 부산에서 영면을 택하는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국가보훈처 초청 등으로 부산을 찾은 참전용사들이 공원을 둘러본 뒤 안장을 신청하고, 유가족도 영면을 허락하는 경우도 많다.

참전용사 부인의 합장이 가능하다는 점도 하나의 요인이다. 2015년 안장된 고(故) 레몽 베나르 씨의 부인과 사후 안장 예정인 미국인 참전용사의 부인이 현재 합장을 허가 받은 상태다.

유엔기념공원 박은정 홍보과장은 “공원에 있는 남편의 유해를 모셔가려고 공원을 찾았던 미국인 참전용사 위트컴 장군의 부인은 관리 상태를 보고 마음을 바꿨다”며 “결국 자신도 남편 곁에서 영면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