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중이염] 청력 지키려면 귓속에 귀 기울이세요
사례 1. 60대 후반의 여성 P 씨는 만성중이염으로 30년째 고생을 했다. 왼쪽 귀의 고막에는 큰 구멍이 뚫렸으며 누런 고름이 많이 나온다. 청력검사를 해보니 오른쪽 귀는 정상이지만 왼쪽 귀는 혼합성 난청으로 말소리 구분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외래에서 약 3주간 염증 치료를 한 후에서 입원해서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로 염증을 제거하고 고막을 재생했다. 이제는 귀에 물이 들어가거나, 피로하고 감기에 걸려도 염증이 재발하지 않는 ‘안전한 귀’가 됐다. 항생제를 더이상 안먹어도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늦게 수술을 하는 바람에 청력이 개선되지 못하고, 보청기 도움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급성 중이염은 대부분 후유증 없지만
만성 중이염은 수술 늦어지면 청력 손실
수술 후 목욕탕·수영·비행기 탑승 가능
사례 2. 50대 중반의 H 씨는 어려서부터 난청과 귀고름에 시달렸다. 근래에는 오른쪽 귀 속을 건드리면 핑 도는 느낌의 어지럼증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 고막은 전체적으로 유착돼 있고 앞쪽으로는 작은 구멍과 고름이 있었다. 귀 CT를 찍어보니 진주종(진주 모양의 종양)이 크게 있고 이소골(3개의 작은뼈)은 모두 파괴돼 보이지 않았다. 청력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이런 경우는 수술을 2단계로 진행한다. 1단계 수술 때는 염증 치료 후에 진주 모양의 종양을 제거하고 고막을 재생한다. 그런 다음 1년 후에 종양의 재발 여부를 확인한 후에 이소골과 귀벽을 재건하고 수술을 마친다.
만성 중이염이란
사람의 귀는 외이, 중이, 내이로 구분된다. 중이는 고막에서 달팽이관 사이의 공간으로 소리의 증폭에 관여한다. 중이염은 중이에 생기는 염증성 질환을 총칭한다.
대부분의 급성 중이염은 후유증 없이 치료된다. 경우에 따라 염증이 재발하거나 염증이 지속되는 재발성 중이염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완전하게 치료되지 않고 염증이 만성화되면 만성 중이염으로 진행된다.
전국 유병률 조사에 의하면 만성 중이염의 빈도는 2.19%였다. 만성 중이염은 여러가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 중에도 이관의 기능장애와 미생물에 의한 병원균 감염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대부분의 만성 중이염 환자들은 난청이나 귀고름을 이유로 병원을 찾는다. 간혹 병변이 진행되어 합병증으로 이통이나 현기증 또는 안면신경마비를 호소하는 환자도 있다. 머리 쪽으로 파급되면 뇌수막염 , 경막외농양, 뇌농양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근본적 치료는 수술이다
만성 중이염 환자들은 수술을 꼭 해야 하나. 약물로는 치료가 안되나. 환자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다.
귀에서 고름이 나는 것은 외래에서 약물치료로 일시적으로 멎게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고막 천공이나 중이 안쪽의 염증을 치유할 수 없으므로 근본적인 치료가 안된다. 더구나 진주 모양의 종양이 생긴 경우는 합병증을 막기 위해서라도 조기에 반드시 수술해야 한다.
그러면 수술을 하면 청력이 정상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청력 개선여부는 만성 중이염 환자의 수술 직전 상태에 따라 다르다.
대동병원 이비인후과 김리석 과장(전 동아의대 교수)은 “젊어서 이소골 손상이 생기기 전에 수술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정상에 가깝게 청력이 돌아온다. 하지만 수술 시기가 늦어지면 청력 개선에 한계가 있다. 청력 개선이 부족한 경우에는 보청기를 권한다”고 설명했다.
수술 후에 다 낫고 나면 물속에 가도 된다. 목욕탕, 수영, 비행기 등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생활해도 된다.
수술 후의 흉터는 크지 않다. 귀 뒤에 붙여서 주름결에 따라 절개하고, 피부 안쪽에서 봉합을 한다. 흉터가 미세해 눈에 크게 띄지 않는다.
수술후 드물게 고막이 재천공되거나 진주 모양의 종양이 재발하여 재수술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감기와 수면부족 과로 등으로 몸이 힘들어지면 새로 만들어준 고막에 탈이 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난청 유발되고 치매 위험도 높아져
미국의 존스홉킨스대학 이비인후과 프랭크 린 박사의 연구보고에 의하면, 난청이 있으면 치매가 올 확률이 높아진다. 고도 난청인 경우 정상 청력에 비해 치매 위험이 4.94배 높아지고, 경도 난청에서도 1.89 배 높아진다고 한다. 젊어서 난청을 예방하고 줄이는 노력이 그래서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른 연구보고에서는 재활클리닉을 찾는 난청 노인 172명을 분석한 결과, 난청 원인 중 제일 많은 것이 만성 중이염으로 33%를 차지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만성 중이염을 방치하면 시간이 갈수록 염증 등의 영향으로 혼합성난청이 심화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김리석 과장은 “만성 중이염을 조기에 수술하지 않으면 오랫동안 난청과 귀고름으로 불편을 겪으며 그 기간동안 항생제를 많이 쓰게되고, 당연히 삶의 질도 떨어진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인지장애와 치매의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수술이 최선이다”고 조언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