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악 수질 낙동강물 먹으라는 건 2등 국민 취급 아닌가
낙동강은 ‘영남의 젖줄’이다. 부산·울산·경남을 먹여살리는 ‘생명의 강’이지만 현실은 ‘낙똥강’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부산에서 낙동강 물을 마음 편하게 먹고 사는 주민은 얼마나 될까. 매년 〈부산일보〉의 기획기사는 낙동강 수질의 문제점을 웅변하는 것이다.
〈부산일보〉가 낙동강 물의 수질을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와 창원시에 취·정수장 수질 관련 정보 공개를 청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매리취수장의 남조류 세포 수는 2015년 관측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같은 기간 물금취수장의 남조류 세포수는 3만 7020셀/㎖로 2006년 125셀/㎖보다 무려 296배 높게 나타났다.
매리취수장에서 끌어들인 낙동강 물은 덕산정수장에서 정수 과정을 거쳐 지난해 하루 평균 54만 5000t(52.04%)이 부산 시민들에게 공급됐다. 또 물금취수장의 낙동강 물은 화명정수장을 통해 하루 35만 4000t(35.16%)이 공급됐다. 사실상 부산에 공급되는 수돗물 87.2%의 원수가 최악의 ‘녹조라떼 물’이었던 셈이다. 남조류는 간 손상을 일으키는 ‘마이크로 시스틴’과 신경을 마비시키는 ‘아나톡신’이라는 독소를 생산한다고 한다. 상수도본부는 고도정수과정에서 남조류 독소가 검출된 적이 없다고 하지만 학계와 부산 시민들의 의구심은 클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다. 지난해 부산의 취수장인 물금의 낙동강 물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6.8㎎/L로, 2009년 7.1㎎/L을 기록한 이래 최악을 기록했다. 이 정도 수질은 공업용수나 농업용수로밖에 쓸 수 없다고 한다. 먹을 수 없는 물이라는 뜻이다. 반면 지난해 팔당호(수도권 상수원), 대청호(대전·충청권 상수원),주암호(광주·전남권 상수원)의 COD는 3.4~4.8㎎/L으로 나타나 부산의 경우보다 수질이 훨씬 좋았다. 원수의 수질 자체가 크게 차이가 나다 보니 부산과 수도권 등 다른 지역이 마시는 수돗물은 수준이 다르다. 수질이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부산 시민들은 수도권 주민들보다 더 비싼 돈을 주고 수돗물을 마시고 있다고 한다.
환경부는 상수원에 녹조가 번성하자 급수를 아예 중단하기도 한 미국의 사례를 남의 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처럼 낙동강 수질이 정수 역량을 벗어날 정도로 심각했다면 과감하게 급수를 중단해야 했다는 것이다. 최악 수질의 물을 먹고 사는 부산은 늘 2등 국민이어야만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