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물 차별' 더는 안 된다] 1. 충격적인 부산식수원 실태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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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시민, 지난여름 낙동강 ‘최악 녹조라떼’ 마셨다”

지난해 여름 부산·경남 일부 지역의 식수원인 낙동강에 녹조가 관측이래 가장 많이 번성해 간을 파괴하는 녹조 독소가 수돗물에도 들어갈 수 있다는 시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14일 부산 시민 식수원인 경남 양산시 물금취수장 앞에 녹조가 창궐한 모습. 부산일보DB 지난해 여름 부산·경남 일부 지역의 식수원인 낙동강에 녹조가 관측이래 가장 많이 번성해 간을 파괴하는 녹조 독소가 수돗물에도 들어갈 수 있다는 시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14일 부산 시민 식수원인 경남 양산시 물금취수장 앞에 녹조가 창궐한 모습. 부산일보DB

지난해 여름 부산시민들은 최악의 ‘녹조라떼 물’을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고농도 녹조 발생 때 고도정수처리 과정에서도 녹조 독소가 100% 걸러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낙동강 원수가 이 정도 수준이었다면 시민 안전과 건강을 위해 급수 중단 선언 등 ‘극약처방’까지 고려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산·창원 취·정수장 수질 분석

지난해 8월 ‘매리’ 남조류 세포수

5만 4201셀/mL 3년 만에 8배↑

정수장 약품 투입량도 크게 증가

남조류, 간·신경 파괴 독소 유발

市 “고도정수 거쳐 검출 안 돼”

학계 “100% 제거 불가능” 반박

지난해 ‘급수중단’도 고려했어야

■“마실 물 아니었다”

16일 본보가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와 창원시에 취·정수장 수질 관련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매리취수장의 남조류 세포수는 5만 4201셀/㎖로 기록됐다. 이는 매리취수장에서 2015년 남조류 세포수를 관측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로, 그해 8월 6789셀/㎖에 견줘 8배 가까이 폭증했다. 조류 농도를 의미하는 클로로필-a 역시 지난해 8월 매리취수장은 50.0㎍/ℓ로 2006년 14.9㎍/ℓ 이래 최고치였다.

같은 기간 물금취수장의 남조류 세포수는 3만 7020셀/㎖로 2006년 125셀/㎖보다 무려 296.1배 높게 나타났다. 매리취수장에서 끌어들인 낙동강 물은 덕산정수장에서 정수 과정을 거쳐 지난해 하루 평균 54만 5000t(52.04%)이 부산 시민들에게 공급됐다.

또 물금취수장의 낙동강 물은 화명정수장을 통해 하루 35만 4000t(35.16%)이 공급됐다. 사실상 부산에 공급되는 수돗물 87.2%의 원수가 최악의 ‘녹조라떼 물’이었던 셈이다.

동일한 낙동강 원수를 수돗물로 공급하는 경남 창원시 칠서정수장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칠서정수장 원수의 남조류 세포수는 4만 1995셀/㎖, 클로로필-a 농도는 55.2㎍/ℓ 수준이었다. 2014년 8월 칠서정수장 원수의 남조류 세포수 4341셀/㎖, 클로로필-a 15.7㎍/ℓ보다 각각 9.6배, 3.5배나 뛰었다. 이 물은 경남 창원시, 함안군 일대 83만 명에게 공급됐다.

남조류 창궐은 정수장에서 자연스럽게 약품 투입량 증가로 이어졌다. 2018년 8월 부산 정수장에 투입된 약품량을 살펴보면 폴리유기황산알루미늄(PSO) 77.9㎎/L, 폴리수산화염화규산알루미늄(PACS2) 51㎎/L로 2017년 8월 보다 각각 2배, 1.6배 많다.

반면 수도권 주민 식수원인 팔당호의 경우 지난해 8월 14일 3년 만에 처음으로 조류 경보가 발령됐는데, '관심' 단계가 발령된 팔당호 삼봉 지점은 남조류 세포 수가 겨우 1286셀/㎖에 그쳤다. 남조류 농도가 매리취수장의 2.3% 수준에 불과했다.

주기재 부산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미국 오하이오주의 톨레도시는 상수원에 녹조가 번성하자 급수를 아예 중단하기도 했다”면서 “지난해 여름 낙동강 상태가 정수 역량을 벗어날 정도로 심각했다면 과감하게 급수를 중단하는 게 시민 안전을 확실히 지킬 수 있는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간·신경 파괴하는 살인자

남조류는 간 손상을 일으키는 ‘마이크로시스틴’과 신경을 마비시키는 ‘아나톡신’이라는 독소를 생산한다. 물론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고도정수과정을 거친 정수에서 남조류 독소가 검출된 적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남조류 독소가 100% 제거된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게 학계의 견해다.

박호동 일본 신슈대학교 교수 등이 2015년 12월 발표한 논문 ‘남조류에서 발생하는 독소의 문제점과 대책’을 보면 정수처리 과정에서 분말활성탄을 사용할 때 마이크로시스틴 제거율은 20~85%에 불과하다. 또 △입상활성탄 90% △역삼투압 95% △오존처리 99% △과망간산칼륨 95% 등이었다. 다시 말해 100% 마이크로시스틴 제거는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여름처럼 조류가 낙동강을 뒤덮다시피 할 정도로 고농도인 상황에서 단 1%라도 조류 독소를 걸러내지 못한다면, 기준치 이상의 독소가 수돗물에서도 나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마이크로시스틴이 강에 사는 생물은 물론 바다 생물까지 축적되는 문제도 있다. 박 교수의 논문에는 동물 플랑크톤부터 어패류, 해양 쌍각류(홍합과)에 마이크로시스틴이 축적된 사실을 밝혀낸 연구 사례가 나온다. 이와 함께 해양에는 게의 유생이 매개가 돼 마이크로시스틴이 먹이사슬을 통해 상위 어류 단계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녹조가 대량 번성한 강물로 재배한 농작물도 안심하고 먹을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박 교수는 “1995년에서 1998년까지 캐나다에서는 야생 조류 25만 마리가 남조 독소로 폐사했다. 상수도를 통한 인체의 영향이 우려된다”면서 “남조류가 대량 번성한 강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박재현 인제대 토목도시공학부 교수는 “정수 공정상 유해물질을 100% 제거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면서 “다만 사람에게 해를 얼마나 끼치는지가 관건인데, 지난해 낙동강 녹조 사태가 계속 발생한다면 안심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황석하·곽진석 기자 hsh03@busan.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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