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CEO아카데미 강연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만성적 수출 부진, 엔화 대비 원화 환율에 답이 있다”
관세청이 발표한 5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 감소한 459억 달러였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수출 감소세가 반년째 이어지고 있다. ‘수출공화국’의 영광은 저물고 만성적인 수출 부진에 시달리며 한국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원인은 무엇이고 타개책은 과연 있을까. 한국은행 출신의 경제 전문가는 엔화 대비 원화 환율에 정답이 있다고 강조했다.
‘2019 경영환경과 대응 전략’ 다뤄
“과거보다 환율 정책 효과 커
원달러 환율 방치는 직무유기”
지난 18일 오후 롯데호텔부산에서 열린 제12기 부일CEO아카데미에서 숙명여대 경제학부 신세돈 교수가 ‘2019년 경영환경과 대응 전략’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한국은행, 삼성경제연구소, 금융감독원 등을 두루 거친 신 교수는 소문난 경제통이다.
신 교수는 “최근 몇 년간 반도체 대박이 없었다면 수출은 7~8년 연속 하락했을 것이다. 반도체가 착시현상을 만들어냈다”며 “장기적 수출 부진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바로 환율에 있다”고 지적했다.
원화 약세 국면이 지속되면 수출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만 봐선 안되고, 한국의 가장 큰 경쟁상대인 일본의 엔화와 반드시 비교해서 봐야 한다. 원화가 엔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평가되면 한국경제가 위태로워진다. 1988년, 1995년, 2005~2007년 등 한국경제가 고꾸라졌던 변곡점마다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 기조가 동반됐다. 반면 원화 약세와 엔화 강세가 겹치면 수출 성장폭이 엄청나게 증가할 수 있다. 일본과의 기술 격차가 좁혀진 오늘날에는 과거보다 환율정책의 효과가 크다.
신 교수는 “경제위기 때마다 정부는 신도시 건설, 신용카드 보급 등 다양한 경기부양 대책을 내놨지만 어느 것도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환율정책의 시차가 1년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최소 1년 간은 경기가 반등하기 어렵다. 1년 전에 원달러 환율을 최소 1300원 대로 맞춰놨으면 지금부터 경기가 좋아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환율은 마음내키는 대로 정할 수 있는 지표가 아니다. 자칫하면 환율조작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주변국으로부터 무역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아베 총리가 비근한 예다. 아베 총리는 엔화 약세를 기반으로 일본의 경제부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 교수는 “아베 총리의 정책적, 외교적 판단과 행동이 함께 있었기에 엔화 약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본다”며 “물가안정,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발 등을 이유로 원달러 환율을 이 상태로 방치하는 건 직무유기에 가깝다. 정책 결정권자들의 단호한 환율정책 결정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사진=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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