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병원 출신만 부산의료원장 하나”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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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료원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의료원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의 대표 공공의료기관인 부산의료원의 원장직을 사실상 특정 의료기관 출신 인사가 독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부산의료원장을 선출하기 위한 자격 요건이 다른 지자체에 견줘 지나치게 까다로워 공공의료 마인드를 지닌 양질의 지역 의료계 인사가 배제되고 부산시의 공공의료 정책도 후퇴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자격 요건 지나치게 까다로워

특정 의료기관 출신 인사 독식

올해도 부산대병원 출신 2명 추천

양질의 지역 의료계 인사 배제

부산시 공공 의료정책 후퇴 우려

20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의료원장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는 19일 제2차 회의를 열고 부산대병원 출신 A 교수와 B 교수를 각각 신임 원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부산시 추천 2인, 시의회 추천 1인, 부산의료원이사회 추천 4인으로 구성된 임추위는 지난달 27일부터 응모자들의 서류전형 심사 등을 진행해 왔다. 신임 부산의료원장의 임기는 이달 26일부터 3년 동안이다. A 교수와 B 교수가 최종 후보자로 결정됨에 따라 오거돈 부산시장의 결재 절차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부산의료원이 부산대병원과 협진 관계를 맺으면서 부산대병원 출신이 부산의료원장을 독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2002년부터 현재 제16대 최창화 원장까지 원장 5명이 내리 부산대병원 출신이다.

게다가 부산의료원장의 자격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공공의료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의료계 인사일지라도 대학병원 출신이 아니면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이번 부산의료원장 응모자격 요건을 보면 △전공의 수련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진료과장 이상 직위에 5년 이상 근무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원장으로 3년 이상 근무 △의학 분야 박사학위 취득 등 △보건·의료분야 4급 이상 공무원으로 5년 이상 재직 △병원경영 전문가 등 5가지 중에서 하나를 충족해야만 한다. 하지만 부산의료원 정관 제9조(원장·2006년 3월 개정)에는 이 모든 요건을 다 갖춰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시가 사실상 부산의료원 정관에 맞지 않는 응모자격 요건을 내걸었을 뿐만 아니라 정관대로 하더라도 대학병원 출신 교수를 제외하면 모든 조건을 갖춘 지역 의료계 인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

반면 서울시는 서울의료원장 채용에 있어서 진입장벽을 대폭 낮췄다. 특히 공공의료서비스 강화와 노사 화합, 봉사정신 등이 응모자격 요건에 포함돼 있어 부산과 확연한 차이가 난다. 심지어 임원 자격을 규정한 서울의료원 정관에는 △대한민국 국민인 자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1항 각호의 1에 해당되지 아니하는 자 등 매우 단순하다.

사회복지연대 김경일 팀장은 “부산 대표 공공의료기관 수장 자격 요건에 공공의료에 대한 항목이 전혀 없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이는 부산의료원장을 단순히 간판이나 스펙만 보고 뽑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고, 오 시장의 공공의료벨트 구축 공약 의지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임추위도 정관에 있는 원장 자격요건 부분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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