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름철 온천천 무차별 풀 베기
“풀 잘 자라 밑동도 베야” vs “하천 생태 파괴”
부산의 대표 도심 하천인 온천천에서 이뤄지는 풀베기 작업을 두고 지자체와 환경단체가 갈등을 빚고 있다. 관할 구청은 여름철 풀이 수시로 자라는 탓에 밑동까지 모두 벨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환경단체는 정교한 관리로 하천 생태를 보존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지난 25일 오전 부산 동래구 수안초등학교 앞 온천천 시민공원. 온천천을 따라 무성하게 자란 풀이 밑동까지 베여 흙바닥이 훤히 드러났다. 이곳을 지나던 시민 최 모(68·동래구 안락동) 씨는 “온천천이 훤히 보여서 깔끔하다는 인상도 주지만 한편으론 ‘풀이 없는 하천을 진짜 하천이라 할 수 있나’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구청 “시민 위해 어쩔 수 없어”
환경단체 “곤충 서식지 훼손”
전문가 “市, 관리 매뉴얼 마련을”
27일 동래구 온천천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여름철을 맞아 온천천 관리 주체인 금정구·동래구·연제구는 하천 옆 둔치에 난 풀을 수시로 베고 있다. 온천천 바로 옆에 자라는 풀이 시민들의 공원 이용을 방해한다는 이유다. 사무소 관계자는 “여름에는 풀이 자라는 속도가 다른 계절보다 빨라, 공원을 찾은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밑동까지 모두 베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구청의 주먹구구식 예초 작업 탓에 환경이 훼손되고 있다며 반발했다. 낙동강하구기수생태계 복원협의회 최대현 사무처장은 “풀은 도심 속에서 곤충이 살아갈 수 있는 서식지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도시 열섬 현상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며 “‘깔끔해서 보기 좋다’거나 ‘관리하기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지자체가 앞장서서 하천 생태를 파괴하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청은 많은 시민이 온천천을 찾기 때문에 관리 차원에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동래구 녹지공원과 관계자는 “풀을 자르지 않고 방치하면 모기나 벌레가 꼬여 산책을 나오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다”며 “온천천은 우천 시 범람도 잦은 데 이 경우 온갖 쓰레기가 풀에 걸리는 문제도 있어 한정된 인력으로 온천천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말끔한 예초 작업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부산시가 나서서 하천 관리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산대 생명과학과 주기재 교수는 “통수단면을 고려해 우천 시 하천 유량 증가로 위험이 발생하는 곳은 불가피하게 예초 작업이 필요하지만 주먹구구식 풀 베기는 하천 생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지자체에 온천천 관리를 이양할 것이 아니라 부산시가 나서서 하천의 퇴적과 침식을 조사한 뒤 적절한 예초 관련 매뉴얼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