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소등’ 후 첫 주말 르포] 조명 꺼져도 술판·쓰레기 여전한 민락수변공원
7일 오전 0시께 부산 수영구 민락동 민락수변공원. 스탠드 쪽 가로등이 완전히 꺼지자 여기저기서 환호가 터져나왔다. 돗자리에 앉은 20대들은 소주병이나 페트병 바닥에 휴대전화 플래시를 겹친 ‘간이 조명’을 만들기 시작했다. 술잔을 부딪던 청춘들은 갑작스러운 어둠에도 딱히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자정 불 꺼지자 곳곳서 환호성
불 밝힌 주변 상가·휴대용 조명
어둠 속에서 음주 큰 불편 없어
자정 지나도 시민들 계속 밀려
시민들 자리 뜨자 쓰레기장 전락
자정이 지나 자리를 뜨는 시민들도 있었지만, 조명이 꺼졌다는 이유를 대는 경우는 찾기 어려웠다. 대전에서 온 회사원 이 모(27) 씨는 “가로등이 꺼진 것과 상관없이 피곤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며 “오히려 조명이 꺼지길래 이벤트가 있는 줄 알고 잠시 기다렸다”고 밝혔다. 부산에 사는 대학생 A(19·여) 씨는 “가로등을 끈다고 집에 돌아갈 거라는 발상이 웃긴다”며 “오히려 불이 꺼지는 순간 주변에서 더 좋아했다”고 비웃듯이 말했다. 실제로 이날 공원은 인근 활어마트, 노래연습장 간판 등 주변 불빛 덕에 완전히 깜깜하지는 않았다. 발광 스피커나 캠핑용 조명 등에서 나오는 다양한 불빛이 곳곳을 수놓기도 했다.
자정이 지나도 시민들은 계속해서 공원에 몰려드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1시 30분께에도 일회용 용기에 회, 파전, 만두 등을 들고 공원으로 들어가는 시민들을 간간이 찾아볼 수 있었다. 인근 상점에서 파는 3000원짜리 돗자리를 어깨에 메고, 양손에는 술병을 들고 있는 20대도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대학생 이 모(20·여) 씨는 “조명이 꺼지기 전부터 친구와 이곳에 있었는데 지금 딱히 불편한 걸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자리를 뜨는 순간 돗자리와 일회용 용기 등은 쓰레기로 전락하기도 했다. 공원 곳곳에 널브러진 돗자리 위에는 각종 음식물과 일회용 용기 등이 그대로 버려져 있었다. 쓰레기를 챙겨서 나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충 돗자리로 쓰레기를 감싸 버리는 경우가 빈번했다.
환경미화원 B 씨는 “두 달간 기간제로 분리수거를 돕는 일을 맡게 됐는데 쉽지가 않다”며 “돗자리 위 쓰레기는 바람에 날리기도 해 쓰레기통까지 가져라도 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접 분리수거를 시도하던 시민들도 있었다. 하지만 포대마다 병, 플라스틱 등 종류별 표시가 없어 통째로 쓰레기를 버리기도 했다.
머리에 미니 랜턴을 착용한 채 팥빙수를 팔거나 장미꽃 모양의 LED조명과 머리띠를 판매하는 상인도 눈에 띄었다. 쓰레기 분리수거 등을 위한 청소 인력 5명의 눈을 피해 무단으로 곳곳에 쓰레기를 던지는 시민들도 있었다.
민락수변공원 13개 가로등이 자정에 모두 꺼져 버린 첫 주말인 지난 6~7일. 시민들의 조기 귀가를 유도해 쓰레기를 줄이려는 수영구청의 대책에 시민들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귀가를 독려하는 안내방송이 나오긴 했지만, 소음과 파도 소리 탓에 스피커 아래에서야 겨우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수영구청은 폭증하는 민락수변공원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다음 달 말까지 가로등 소등, 청소 인력 추가 배치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여름철인 7·8월 민락수변공원 쓰레기 발생량은 2017년 172t에서 지난해 189t으로 크게 늘어나는 등 해마다 급증 추세다.
글·사진=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