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경사 학교 진입로 안전 대책을” 학부모 호소에도 학교 측 “돈 없다”
부산 사하구의 한 학교법인이 위험천만한 학교 진입로를 수십 년간 방치해오면서 최근 관할 구청에 접수된 학부모들의 대규모 민원에도 도로 공사가 어렵다는 태도로 버텨 논란이 일고 있다. 구청은 도로개설 의무가 있는 학교법인 측에 공사를 촉구하는 경고문을 발송한 데 이어 행정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하단동 건국중·고 앞 진입로
도로 폭 좁고 경사도 23% 달해
34년째 방치 학생 등하교 위협
학부모 1000여 명, 구청에 진정
학교 “예산 없어 공사 어렵다”
구청, 미이행시 행정조치 검토
사하구청은 “사하구 하단동 건국중·고등학교 앞 진입도로에 극심한 안전 문제가 제기돼 K학교법인 측에 이달 말까지 학교 진입로 공사계획서를 제출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진입도로는 1985년 K학교법인이 도로를 개설하겠다고 신청해 부산시에서 실시계획 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34년간 공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현재 도로 일부 포장 작업만 이뤄진 채 방치된 상태다. 구청에 따르면 이 도로는 도로시설 기준상의 ‘도로 너비 6m 기준과 도심지 내 최대 경사 17% 기준’을 모두 충족하지 못한다. 도로 개설 시 주택 필지가 편입되며 일부 도로 너비가 4.4m로 대폭 줄어든 데다 도로 경사가 23%에 달하기 때문이다. 70m 길이의 이 도로는 사실상 일방통행으로만 이용이 가능해 차량 혼잡 문제까지 빚어진다. 이 같은 문제로 학부모 1058명이 서명을 모은 진정서를 지난달 17일 구청에 제출했다. 좁은 도로 너비와 가파른 경사로 인한 교통사고 등 학생 안전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달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구청도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학교법인이 사업시행자로 지정돼 있어 도로 정비와 유지·관리에 대한 사항은 법인 측에서 조치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구청 관계자는 “사업시행자가 학교법인으로 돼 있는 마당에 구청에서 예산을 지원하게 되면 특혜 시비가 일 수밖에 없다”며 “법인이 공사를 최소한 80%라도 진행한 이후 사하구로 이관한다면 그때부터는 구청에서 관리할 수 있는데 그마저도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청은 교육청에 조속한 공사를 위해 학교법인에 강제성을 가진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인근 주민들은 위험천만한 도로가 방치돼 학생과 주민들이 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토로한다. 주민대표 김종태(77) 씨는 “학교 설립 시 도로 개설이 제대로 안 됐는데도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은 행정기관과 지금까지 방관적인 태도를 보이는 학교 측 모두 문제”라며 “이곳 도로는 경사가 가파른 데다 폭이 좁아 1980년대 도로 개설 사업 중 인근 주민 3명이 덤프차량에 치여 사망한 사례도 있어 안전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학교 측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예산이 없어 도로 개설 공사를 진행 하기가 힘들다. 모두가 이용하는 도로지만 공용도로가 아닌 사설 도로로 이용되고 있어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문제도 있다”며 “학교 측에서도 적극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만큼 부산시와 사하구의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글·사진=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