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일자리 미스매치] 3. 대졸 만능주의 깨자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학력 인플레이션’ 벗어나 ‘고졸이 당당한 부산’ 만드는 게 살길

18일 부산 부산진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열린 ‘부산형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 대책 선포식’에서 오거돈 부산시장, 김석준 부산시교육감 등 참석 내빈과 학생들이 상생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이날 시와 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고졸취업지원센터 건립 계획을 밝혔다. 강원태 기자 wkang@ 18일 부산 부산진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열린 ‘부산형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 대책 선포식’에서 오거돈 부산시장, 김석준 부산시교육감 등 참석 내빈과 학생들이 상생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이날 시와 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고졸취업지원센터 건립 계획을 밝혔다. 강원태 기자 wkang@

“나중에 뭘 하든 대학 졸업장은 따야지.” 고등학교 진로상담이나 명절 차례상에서 나오는 단골 멘트 중 하나다. 학벌주의 사회에서 대학 졸업장은 일종의 계급장이었다.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로 견고하게 서열화된 피라미드에서, 감히 ‘고졸’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영원할 것만 같던 이 피라미드가 붕괴되고 있다. 일자리는 정체돼 있는데, 고학력의 청년들이 끊임없이 배출되는 이른바 ‘학력 인플레이션’의 영향이 크다. 학력 인플레이션은 청년과 기업, 그리고 고용시장 전체를 병들게 한다. 이제는 대졸 만능주의 패러다임을 깨야 할 때다.

부산 기업 상당수 고졸 인재 필요

실습현장 안전문제 불거지면서

특성화고 취업률 3년째 내리막

市, 부산형 종합대책 마련 ‘눈길’

시교육청, 마이스터고 전환 추진

전국 첫 고졸취업지원센터 구축

■현장에선 고졸 인재 원하지만….

부산시는 18일 ‘부산형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 종합대책’을 통해 2019년 현재 62.9%인 고용률을 2022년까지 65%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기업의 미충원율(적극적인 구인 활동에도 채용하지 못한 인원의 비율)은 12%에서 2022년 5%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기업과 청년에게 각종 인센티브 제공, 서부산권 산단 인프라 개선 등 여러 시책을 펼칠 계획이지만, 중요한 것은 고졸 청년들의 취업을 활성화하는 일이다.

중견·중소기업이 많은 부산 고용시장에서는 고졸 인재에 대한 수요가 다른 지역보다 높다. 지난해 하반기 부산지역 사업체 미충원 인원 4720명 가운데 전문대졸 이하 학력 인재는 3929명으로 전체의 83%에 달했다. 부산 기업들은 석·박사를 취득한 인재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고졸 취업의 확대는 기업의 갈증을 해소시켜 줄 뿐 아니라, 청년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고용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하지만 고졸 취업 활성화가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현재 부산에는 33개의 특성화고가 운영되고 있다. 특성화고는 고졸 취업의 요람이 돼야 하지만, 최근 성과는 그렇지 못했다. 부산지역 특성화고 졸업생의 취업률은 2016년 46.1%, 2017년 33.2%, 2018년 28.6%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반면 대학 진학률은 2016년 36.3%, 2017년 42.9%, 2018년 48.5%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 부산의 한 특성화고 관계자는 “2017년 제주도 현장실습 안전사고 등 특성화고 실습현장에서 잇따라 안전문제가 불거지면서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 불안감이 형성됐다”며 “이같은 심리가 진학률과 취업률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졸이 당당한 부산 만들자

이에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은 특단의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일자리 미스매치의 근본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고졸취업지원센터’를 구축,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시청 1층에 상시 공간을 마련하고 6명의 전문가를 배치해 취업처 발굴은 물론 모의면접, 취업박람회, 취업캠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실시할 예정이다.

지금도 부산시교육청이 고졸취업센터를 부산상공회의소 내에서 운영하고는 있지만 분명한 한계가 있다. 부산시교육청 최규식 장학사는 “기존에는 학생 취업 알선을 위해 교사가 직접 기업체 현장에 방문해야 하는데, 교사는 전문적인 지식이 없고 기업체는 큰 관심이 없어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았다”며 “부산시가 갖고 있는 기업에 관한 광범위한 정보가 원스톱으로 고교에 전달되는 체계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시 일자리정보망에 고졸 취업 전문 구인·구직 코너인 ‘하이잡아도’를 연계해 운영하는 한편 특성화고 현장실습 민관학 협력 거버넌스, 고졸 취업역량강화 교육훈련 사업, 특성화고 취업준비생 진로탐색 프로그램 등을 신설하기로 했다. 부산시교육청은 강서구에 위치한 부산산업과학고를 소프트웨어(SW) 마이스터고로 전환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인재를 육성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그렇게 되면 부산지역 마이스터고는 4개 교로 늘어나게 된다.

부산지역 고졸 인재를 위한 장려금도 지급된다. 시는 6개월 이상 근무한 고졸 청년 1500명을 선발해 취업연계 장려금 2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교육부에서 제공 중인 장려금 300만 원을 합하면 고졸 인재가 중소기업에서 6개월 일했을 경우 월급 외에 500만 원을 더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 시행 중인 청년 내일채움공제(중소기업에 3년 이상 근무한 청년에게 최대 3000만 원 지급)까지 활용한다면 고졸 청년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 시는 또 기존 고용 우수기업과 별개로 고졸 취업 우수기업을 선정해 공장 증·개축, 각종 설비자금 등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했다.

18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부산진여상에서 열린 부산형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 대책 선포식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은 “최근 2년간 특성화고 취업률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는 것은 부산 고용시장에 심각한 적신호”라며 “고졸 취업 지원을 위해 교육청, 지역 상공계와의 협력체계를 강화해 우수한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행복한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끝-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