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부산에 원양산업진흥원 설립하자
/이상고 부경대 교수·세계수산대학원 원장
우리나라 원양어업은 부산의 토착 산업이다. 원양어업은 지난 60년 동안 부산을 근거지로 하여 오대양을 무대로 발전해 왔다. 우리나라 원양어업은 1957년 지남호가 부산항을 떠나 멀리 인도양으로 참치잡이 첫 출어를 하며 시작되었다. 1977년 무렵에는 원양선 850척의 세력으로 성장해 세계 3대 원양국의 위상을 떨쳤다. 그러나 21세기 신해양산업시대를 맞아 국제규제 강화, 연안국 자원 자국화에 따른 어장 축소, 노후 어선 및 해기사 수급난 등으로 우리나라 원양어업은 점차 세력이 줄어들고 말았다.
토착 산업인 원양어업 세력 감소세
원양산업화 재도약의 전환기 맞아
세계수산대학·원양진흥원 설립 땐
명실상부 국제해양도시 위상 우뚝
2000년대 후반부터는 원양어업의 원양산업화로 재도약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원양산업화는 합작선 어업과 원양 수산물 유통·가공·운반, 해외 양식 등을 포함한 연안국 국제협력사업 형태로 다양하게 전환하는 패러다임의 변화이다. 즉 기존 오대양 연안국들과 국제협력 기반을 이용한 새로운 통합적 글로벌 산업으로 전환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원양어업의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정부는 업계와 협력하여 2008년 원양산업발전법을 제정했다. 이를 토대로 그동안 원양산업화가 오대양 연안국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는 중이다.
2017년 현재 우리나라는 오대양 연안국 중심의 21개국 주요 항구에 21개 해외 어업기지를 기반으로 12개 해외 어장에 진출했다. 동시에 해외 합작 45개국 104개사와 다양한 원양산업을 전개하고 있다. 원양산업을 구체적으로 보면 △어선어업 11개국 18개사 △수산가공업 14개국 53개사 △운반보관업 3개국 4개사 △일반어업 9개국 15개사 △유통판매업 4개국 9개사 △양식업 4개국 5개사 등이다. 원양산업은 국적선과 합작선을 합쳐 전체 280여 척이 진출하여 78만t을 생산해 국내 총어획량 공급의 47%, 전체 수산물 수출액의 21%를 점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오대양 연안국들과의 협력관계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 또한 치열하다. 그 결과 원양산업이 원양국 중심의 원양어업에서 점차 연안국과의 경제협력과 책임어업 책무를 강화하는 연안국 중심의 파트너십 원양산업화 추세로 변하고 있다. 일본, 대만이나 중국 등 우리나라와 경쟁 관계에 있는 주변 원양국들이 국가 전략적 지원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우리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일본은 해외어업협력재단을 통해 다양한 연안국 협력사업을 확대 전개할 뿐만 아니라 원양 선단 구성 및 에너지 절감 기술 도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오대양 연안국들에 대한 막대한 국가 투자 및 강력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새로운 원양강국으로 급부상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원양산업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화된 생산 규모를 유지하면서 선진화된 원양 기술과 시장경쟁력을 무기 삼아 해양산업의 중추적 산업으로 성장할 역량을 지니고 있다. 오대양을 무대로 전개되는 원양산업의 다양성을 고려하면, 원양산업이 지니는 산업 연관 효과, 고용 창출, 수출 증대, 경제성장 유발효과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원양산업은 해양 1, 2, 3차 산업을 포괄하는 다양한 경영 기회의 제공과 해외 진출 기반으로 한 세계화의 촉매제 역할로도 크게 기대된다.
21세기 신해양산업시대를 대비하여 원양산업이 지니는 산업적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원양산업의 기반 강화에 힘을 결집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원양산업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인 육성 지원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우리나라 원양어업의 생존 전략적 차원에서 이미 제정된 원양산업발전법을 토대로 한 원양산업진흥원이 부산에 설립되어야 한다.
원양산업진흥원 설립은 우리나라 원양산업의 성장 발전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체계적 육성지원과 부산의 국제해양도시화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미 부산에는 원양산업 관련 관·산·학·연 인프라가 체계적으로 잘 갖추어 있다. 현재 진행 중인 FAO(유엔식량농업기구) 세계수산대학의 설립과 함께 원양산업진흥원이 설립된다면 부산은 명실상부한 국제해양도시로서의 위상을 갖추게 될 것이다. 다가오는 신해양산업시대의 중추산업으로 발전할 원양산업은 부산의 신해양산업이 되어 다시 한번 오대양을 누비는 재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