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수’에 포구도 어민도 죽을 판인데, 원인 못 짚는 구청
부산 사하구 홍티포구에 공장 폐수가 흘러들어 와 물고기가 폐사하는 등 수질 오염으로 어민 피해가 속출하지만, 구청이 정확한 폐수 유입 경로를 짚지 못하고 있다. 구청 측은 인근 공장 집중 점검과 함께 환경부 산하 기관에 협조를 요청해 오염원 색출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사하구 홍티포구에 기름띠 뜨고
악취·물빛 변색… 물고기 폐사
구청, 오염물질 경로 못 찾아
낙동강유역환경청에 협조 요청
23일 사하구청은 “홍티포구에 기름띠가 생기고 물 색깔이 변하는 등 수질 문제가 드러난다. 인근 공장 폐수가 우수관로를 통해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돼 특별감시·단속을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홍티포구는 사하구 다대동 인근의 금속 제품 제조업체, 절삭 가공업체 등 지정폐기물 배출사업장 42곳과 폐수 배출사업장 31곳이 들어선 공단 중심에 있다. 공장에 둘러싸여 있는 구조적 문제로 홍티포구는 극심한 수질 오염을 겪어 왔다. 일부 공장에서 구청과 어민들의 눈을 피해 폐수를 비밀리에 무단 방류해 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0년 공장 하수·오수는 인근 하수처리장으로, 우수는 우수관로를 통해 홍티포구로 흐르게 하는 공단 분류식 하수관거설치작업을 마쳤다. 하지만 9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홍티항 수질 문제는 여전하다. 기름띠가 홍티포구 수면 위 곳곳에 퍼져 있고 악취와 함께 물 색깔이 노란빛을 띠는 일이 끊이질 않는다는 게 인근 어민들의 설명이다. 부산시수협대의원 홍티포구 어민 김권철(60) 씨는 “공장 폐수로 선박 엔진이 부식되는 일까지 발생해 피해가 극심하다”며 “물고기를 잡아 와도 선박 어창(물고기 보관 창고)에 홍티포구 내 폐수가 스며들어 물고기가 폐사하는 일이 발생해 어민 생계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홍티어촌계 어민들은 홍티포구를 생업 현장으로 삼고 계절별로 꽃게, 전어, 숭어 등을 잡으며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환경단체 측은 홍티포구 내 오염 토양 준설과 오염원 규명·조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사)초록생활 백해주 대표는 “해묵은 어민 토로에도 별다른 대책이 세워지지 않고 있다. 공장 폐수 유입 문제가 여전해 기름띠가 곳곳에 퍼지는 등 수질 오염이 극심한 만큼 관할 기관에서 준설 대책 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청 측은 연간 계획에 따라 공장 방문 점검을 해 왔고 오염물질 이동 경로를 역추적해 봤지만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구청 관계자는 “정확한 오염원을 파악하기 위해 낙동강유역환경청과 협조해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