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먹는다] 레몬·식초로 민물고기 흙냄새 잡아야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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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민물고기 요리를 만날 기회는 그리 흔치 않다. 장어구이나 추어탕 식당은 꽤 있지만, 이 역시도 별미에 가깝다. 바닷고기에 비해 민물고기는 비린내가 많이 나 손이 많이 간다. 대신 고기 자체의 맛이 은은한 편이라서, 요리만 잘 되면 개운한 맛을 풍긴다. 영양도 균형을 잘 이룬다.

대표적인 민물고기는 뱀장어, 미꾸라지, 잉어, 붕어, 은어, 메기, 피라미, 쏘가리 등이다. 장어류나 미꾸라지는 구이나 갈아서 먹지만, 다른 민물고기는 주로 매운탕이나 찜 등으로 요리된다. 이때 흙냄새가 문제가 된다.

민물고기의 흙냄새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져 있다. 지오스민(geosmin)이라는 탄소, 수소, 산소가 결합된 천연물질 때문이다. 미생물이 만드는 지오스민은 흙에 배어 있고, 흙과 가까운 민물고기는 자연스레 지오스민에 노출돼 있다. 채소나 수돗물에서 흙냄새가 나는 경우도 있는데, 지오스민이 섞여 있어서다. 우리 후각은 지오스민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해, 소량도 잘 잡아낸다.

지오스민은 산성에 잘 분해된다. 민물고기로 요리를 할 때 고기를 깨끗하게 손질하면서 레몬이나 식초에 담그거나 첨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매운탕의 경우 기본적으로 양념 맛이 강해 흙냄새를 덮을 수 있지만, 역시 레몬과 식초를 이용하면 좀 더 확실히 제거된다. 다만 탕의 맛에 변형이 올 수 있어 잘 조절해야 한다.

민물고기 중 제일 귀하게 치는 게 은어다. 1급수에만 사는 데다 수박향이 나며, 비린내가 없는 게 특징이다. 임금 수라상에 올라갔던 민물고기로 유명하며, 회·국수·구이 등 다양하게 변주가 가능하다. 6~8월 여름철이 제철로, 이때가 지나면 살이 뻑뻑해지니 대신 구이나 튀김으로 즐겨 먹는다.

빙어는 총 길이가 15㎝ 정도로 작고 껍질이 얇아, 손질 과정 없이 통째로 즐겨 먹기 좋다. 멸치처럼 뼈째 먹어 칼슘과 무기질을 섭취할 수 있는데, 구이나 튀김이 유명하다. 하지만 빙어 매운탕도 시원한 맛을 뿜어내고, 꼬치에 맛살·고추 등과 함께 꽂아 먹는 빙어산적도 있다. 겨울이 제철이다.

붕어는 잔뼈와 비린내 제거에 주의해야 한다. 비린내 때문에 아무래도 매운탕이나 찜으로 먹는 경우가 많은데, 요리가 쉽지 않은 민물고기다. 메기나 송사리 등도 주로 매운탕용으로 활용되는데, 바다고기에 비해 요리가 쉽지 않다. 비린내를 잡으려 푹 삶으면 살이 허물어지고, 그러지 않으면 비린내가 심해서다. 민물고기 요리를 잘 하면 요리실력을 고수급으로 인정해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백상 기자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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