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염된 장림 보덕포 매립 추진, 2차 환경 피해 따져봐야
혐오 시설로 전락한 부산 사하구 장림동 보덕포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하구청이 매립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사하구청은 “환경 오염과 악취 발생 문제로 지역 환경을 해치고 있어, 환경을 개선하고자 매립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극심한 오염 문제는 제쳐두고 손쉽게 포구 전체를 흙으로 메워 토지로 활용하겠다는 사하구청의 선택에 동의하기 쉽지 않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보덕포는 사하구 장림동과 다대동을 사이에 둔 작은 포구였지만, 1980년대 이후 아스콘 공장과 폐차장, 고물처리장 등이 들어서면서 각종 오염원이 흘러들어오고 있다. 그 탓에 보덕포는 포구 기능을 상실한, 거의 죽은 공간이 됐다. 폐유와 각종 오수가 섞인 물에서 올라오는 역한 냄새로 숨쉬기조차 어렵고, 수면 전체에 오염된 퇴적토에서 발생한 거품 현상이 확인되고 있다. 게다가 보덕포의 오수가 낙동강 하구로 흘러들어가면서 다대포해수욕장을 비롯한 인근 낙동강 하구 기수역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덕포 환경 오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민원이 제기됐지만, 행정당국이 적극적으로 수질을 개선하려고 애썼는지는 의문이다. 수질·토양 오염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가 한 차례도 없었다는 사실이 안이한 대응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비가 오면 주변 공장에서 몰래 폐수를 방출한다는 의혹을 환경단체가 제기했지만, 오염원 발생에 대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손 놓고 있는 동안 아무런 오염 저감 대책 없이 보덕포에서 낙동강으로 오염된 물이 흘러들어가고 있다.
매립하면 당장에 미관상으로 나아질지 모르지만 오염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무차별 매립으로 발생할 2차 환경 피해도 우려스럽다. 매립해도 퇴적층의 오염원이 낙동강 기수역으로 흘러들어갈 수밖에 없다. 사하구청은 지금이라도 매립 계획을 재검토하고 수질 정화사업에 매진해야 한다. 보덕포를 살리는 근본적인 대책을 외면한 채 매립으로 해결하려는 발상은 보덕포의 병을 더 깊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