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칠, 끝없는 투쟁/제바스티안 하프너
‘문제아에서 영웅으로’ 처칠 90년 생애 추적한 역작
어릴 때는 열등한데다 문제아였던 인물, 하지만 위기에 봉착한 나라를 구한 영웅이었던 존재, 그런 사람이 말년에는 우울증과 무료함에 못이겨 서서히 소멸하고 만다.
‘정치인 처칠’보다 ‘전사 처칠’에 주목
“히틀러 없었다면 실패자로 시들었을 것”
역사 작가로 유명한 제바스티안 하프너가 지은 〈처칠, 끝없는 투쟁〉은 이러한 인생 궤적을 그린 윈스턴 처칠의 90년 생애를 추적한 역작이다. 이 책은 처칠의 가족사로부터 시작한다. 처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별 볼일 없는 시골 귀족이었던 처칠 가(家)가 어떻게 고위 귀족으로 올라섰는지를 먼저 살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 ‘재능 없고 희망도 없는 실패자’라고 아들을 경멸했던 아버지의 생애와 죽음이 처칠에게 미친 절대적인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그렇게 가문의 수치로 여겨졌던 처칠은 스물한 살에 환골탈태한다. 저자는 그 계기가 전쟁이었다고 진단한다. 이 책에는 “처칠이 가장 좋아하는 직종인 전쟁으로 뛰어들었다는 사실이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처칠은 쿠바, 인도, 수단, 남아프리카 전쟁에 뛰어들면서 국민 영웅으로 부상한다.
이 경력은 그가 스물다섯 살에 국회에 입성하는 기반이 된다. 정치인 처칠은 몇 차례 실패를 맛보기도 하지만, 거의 언제나 권력 중심에 선다. 하지만 하프너는 ‘정치인 처칠’보다는 ‘전사 처칠’에 주목한다. 전쟁이라는 위기에 속에서 더 빛을 발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평화 시에는 되레 능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기질을 가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처칠의 힘과 능력을 더 돋우건 다름 아닌 독일의 히틀러였다. 저자는 “처칠이 없었다면 히틀러는 승리했을 것이고, 히틀러가 없었다면 처칠은 빛나는 실패자, 시대 착오자로 시들어 갔을 것이라”라고 적는다. 둘은 서로 만난 적은 없지만, 전쟁이란 사건을 통해 운명적인 관계가 된 것이다.
하프너는 그러한 처칠에 대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정치가로서 하수였고, 반파시스트라기보다 되레 파시스트에 가까웠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런 처칠이 이후 파시즘을 물리치는 전사가 된 연유를 밝히는 저자의 설명이 흥미롭다. 이 책은 현재 복잡한 주변 정세로 혼란스러운 한반도에서 어떠한 지도자가 적합할지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제바스티안 하프너 지음/안인희 옮김/돌베개/336쪽/1만 6000원. 이준영 선임기자 gapi@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