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허구성·약탈… ‘휴화산’처럼 불안정한 세계 자본주의 시스템에 ‘경고’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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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플랙스의 ‘우리도 꿈속에서는 계획이 있다’에서 전시 중인 'Connect With Me'와 파산 금융기관의 이름을 담은 패널. 국제갤러리 제공 슈퍼플랙스의 ‘우리도 꿈속에서는 계획이 있다’에서 전시 중인 'Connect With Me'와 파산 금융기관의 이름을 담은 패널. 국제갤러리 제공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자본주의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영원할 것이라 여겼던 찬란한 세상이 결국 가공이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 것이다. 폐기 처분 신세였던 카를 마르크스의 사상과 이론이 다시 소환될 정도였다.

현재 세계 금융위기의 파고는 다소 낮아졌지만, 불안은 여전히 존재한다. ‘달러 살포’라는 화폐의 힘으로 이뤄진 미봉책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국제갤러리 부산점 기획전

환경재앙 상징화한 작품도

국제갤러리 부산점(부산 수영구 망미동 F1963 내)에서 10월 27일까지 열리는 ‘우리도 꿈속에서는 계획이 있다(In our dreams we have a plan)’전은 이런 경제적 문제점을 설치 미술로 시각화한 기획전이다. 이 작품을 제작한 덴마크 3인조(야콥 펭거, 브외른스테르네 크리스티안센, 라스무스 닐슨) 아트그룹 슈퍼플렉스(SUPERFLEX)는 이처럼 2008년 세계 금융위기라는 구체적인 사건을 매개로 삼아 권력과 자본의 허구성을 내러티브로 엮어내고 있다. 문자 언어로만 표현하기 어려운 현상을 미술을 통해 전하고 있는 것이다.

갤러리 한쪽 벽면을 장식하는 ‘Bankrupt Banks’는 세계 금융위기 때 파산을 선언하고 인수된 은행들의 로고를 회화 형태로 번안한 작업이다. 한때 소비자에게 무한한 신뢰를 안겨줬던 로고들이 이제는 ‘실패의 초상(肖像)’으로 변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반대쪽에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금융기관의 파산과 인수합병이 이뤄진 내용을 정리한 17개의 검정 패널이 벽면 가득히 붙어있다. 패널에 기록된 건수가 어림잡아도 1800건에 이르고, 지역 분포도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지구촌 전체를 아우른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던 금융기관 인수 합병 내용도 찾을 수 있다.

갤러리 바닥에 입체적으로 제작된 ‘Connect With Me’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예측 불가능한 변동성을 시각화했다. 이 시대에 가장 논쟁적인 화폐인 비트코인의 급격한 가치 변동을 나타내면서 금융 시스템에 물음표를 던진 듯하다. 자본주의 경제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과잉 생산을 전제로 한 경제 구조는 결국 지구환경 파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입구에 설치한 ‘Apres Vous, Le D eluge’ 는 기다려주지 않는 자연의 경고를 담고 있다. 벽면에 새겨 넣은 세 개의 푸른 유리 조각은 2015년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서 나온 예상치에 근거해 기후 변화에 따라 상승할 해수면의 높이를 가리킨다. 2104년 해수면이 0.98m까지 올라가 환경 재앙이 온다는 예상을 상징화한 작품이다.

‘FREE BEER’. 국제갤러리 제공 ‘FREE BEER’. 국제갤러리 제공

전시장 전면에 부착한 ‘ FREE BEER’은 이러한 약탈적 자본주의를 막을 대안을 암시한다. 이 맥주는 레시피를 모두 공개한 오픈 소스 제품이다. 세계 경제가 절벽으로 질주하지 않기 위해서 공유경제의 가치는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담고 있다.

▶우리도 꿈속에서는 계획이 있다=10월 27일까지 국제갤러리 부산점. 051-758-2239. 이준영 선임기자 gapi@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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