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 장학금 특혜 의혹] 두 번 낙제에도 장학금 ‘실세 부모’ 의식한 도 넘은 호의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이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 두 번 낙제를 하고도 장학금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19일 오후 부산대학교 양산캠퍼스 의학전문대학원 모습. 김경현 기자 view@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이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 두 번 낙제를 하고도 장학금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19일 오후 부산대학교 양산캠퍼스 의학전문대학원 모습. 김경현 기자 view@

조국(54)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이 재학 중인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서 두 번의 낙제를 하고도 1000만 원이 넘는 장학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황제 장학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부산대 의전원 재학 조 후보자 딸

노환중 교수 개인 장학금 받아

불법 아니지만 낙제 사실에 논란

의전원 하루 종일 어수선한 모습

재학생들 상대적 박탈감 토로도

부산의료원장 겸직 노환중 교수

“장학금 지급, 원장 임명과 무관”

조 후보자 딸이 받은 장학금은 한 의대 교수가 재량에 따라 수여해 ‘불법’은 아니지만, 50억 원이 넘는 자산가 집안의 ‘낙제생 자녀’에게 장학금이 지급되었다는 것은 국민 정서상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정권 실세’ 부모를 둔 자녀에게 교수들의 ‘과도한 호의’가 이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조 후보자 딸의 장학금 수여 소식이 알려진 19일 부산대 의전원은 하루 종일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부산대에 따르면, 2015학년도에 의전원에 입학한 조 후보자의 딸은 2016년 1학기부터 3년 동안 학기마다 200만 원씩 총 1200만 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장학금은 현재 부산의료원장인 노환중 교수가 부산대 의전원 교수 시절 개인적으로 출연해 임의로 학생들에게 지급한 소천장학금이다.

문제는 조 후보자 딸이 장학금을 받기 직전인 2015년 2학기와 2018년 1학기에 낙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거지고 있다.

노 교수의 학교 선배였다는 부산대 의대 한 교수는 “통상 장학금은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나 학업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지급하는 등의 명확한 취지와 목적이 있어야 한다”며 “상식적인 기준을 벗어나 조 후보자의 딸에게 6번에 걸쳐 지급된 장학금은 조 후보자의 연고를 의식한 일종의 특혜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재학생들은 조 후보자 딸의 ‘황제 장학금’은 유명한 이야기였다고 전했다. 의전원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조 후보자의 딸은 입학 때부터 아버지 때문에 유명했으며, 노 교수가 지급한 장학금은 동기생을 중심으로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고 전했다.

조 후보자 딸이 다른 의전원 교수들의 ‘특별한 챙김’을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학생은 “지도교수가 아닌 교수들이 주최하는 면접 모임 등에서도 조 씨를 불러 챙겨 주려고 한 정황 등은 조 장관 후보자가 민정수석일 때부터 학생들 사이에서도 회자됐다”고 말했다.

재학생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의전원에 재학 중인 다른 학생은 “사회적인 영향력이 있는 ‘금수저’ 학생이 받은 장학금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빠져나올 수 없는 좌절감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 딸의 황제 장학금 논란 불똥은 고스란히 부산시와 부산의료원으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노 교수는 올 6월 25일 부산의료원장으로 취임했는데, 일부 언론은 조 후보자 딸에게 특혜성 장학금을 지급해 온 사실이 노 교수의 부산의료원장 임명에도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노 원장은 이를 부인하는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는 “해당 장학금은 성적이나 가정형편 등 학교의 교내 장학 기준에 따라 지급되는 공식 장학금이 아니라, 학업에 대한 격려를 목적으로 개인이 기부한 장학금이다”면서 “조 후보의 딸이 2015년 입학 뒤 무작위 배정에 따라 제가 지도교수를 맡았다. 조 후보의 딸이 유급하고 학업 포기까지 고려할 정도로 낙담해 학업에 정진하라는 뜻에서 면학장학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부산의료원장직은 부산시가 정한 공모절차에 따라 선정됐을 뿐, 장학금 지급과 부산의료원장 임명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부산시 관계자 역시 “근거 없는 의혹이 제기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지역의료계도 동향을 지켜보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역 보건의료단체의 한 관계자는 "침례병원 공공병원화와 공공의료벨트 구측 등 부산 공공의료 과제가 산적한 상태다"면서 "이번 일로 시의 공공의료 정책에도 깊은 상처가 남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황석하·김준용·곽진석 기자 hsh03@busan.com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