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새로운 ‘윤리성’ 인사검증 기준을 바란다

유명준 기자 joo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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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시섭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변호사

한여름의 복판에 ‘자의 반 타의 반’ 태풍과 찜통더위와 동떨어져 며칠간 신문과 방송을 멀리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한적한 곳에서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며 일과 후에는 유대인의 지혜를 묶어둔 〈탈무드〉를 읽었다. 재미있는 이야기엔 웃음을 짓기도 하고, 심각한 교훈에는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나름 합리적인 피서를 마치고 다시 접한 매스컴은 특정 장관 후보자의 가족을 둘러싼 다양한 의혹과 해명, 그리고 반박과 옹호로 채워져 있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여러 공직후보자들과 관련하여 제기된 ‘합리적 의심’들이 명쾌하게 해명되어 ‘실체적 진실’을 보게 되길 바란다.

검증 명분 사적 영역 침해 극심

윤리성-업무 능력 검증 분리 절실

합리적·현실적 가이드라인 있어야

성품 파악하는 적극적 기준 필요

인사 대상 후보군 상시 점검해야

‘훌륭한 겸손함’ 지닌 공직자 기대

이번 인사 태풍이 지나고 나면 여·야 모두 입장을 서로 바꾸어 보아 인사청문 제도의 본질이 퇴색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 개혁에 대해 머리를 맞대길 희망한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만 수십 건이다. 그 주요 내용은 인사청문 대상 확대, 인사청문 기간 연장, 증인 출석·자료 제출 요구권 강화, 윤리성-업무 능력 검증 분리 실시, 인사청문 자료 목적 외 사용 금지 등이라고 한다. 특히 지금 벌어지고 있는 난타전을 바라보면 반드시 필요한 개정 항목은 ‘윤리성과 업무 능력 검증의 분리’다.

현재 인사청문 절차에서 공직후보자의 ‘윤리성’을 검증하는 기준과 관련된 항목들은 인사청문회법을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드러나 있다. 국회에 제출하는 임명동의안에 증빙서류로 첨부되는 서류들을 보면, 직업·학력·경력, 병역, 재산, 세금 납부 및 체납, 범죄경력 등이다(법 제5조). 더구나 그러한 항목들과 관련한 청문 절차 중에도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이 부당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거나, 적법한 금융 또는 상거래에 관한 정보의 누설 우려 등의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비공개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여(법 제14조) 나름 ‘비밀 유지’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목도하고 있는 상황은 법에 정한 내용과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법에서 정한 대상, 절차와 기한을 지키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차치하고, 지나치게 ‘사적 영역’을 집요하게 파고들다 보니 가족들은 후보자의 청문 절차 통과 여부와 무관하게 만신창이가 되고 만다. 이번 청문회 이후엔 반드시 ‘윤리성’ 심사에 대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사청문 제도 개선의 전제로 ‘윤리성’ 인사 검증 기준에 새로운 잣대를 도입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기존 ‘인사 검증 7대 기준’에서는 병역기피, 세금탈루, 불법적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 등을 제시하고 각 항목별로 세부 기준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존의 인사 검증 기준은 인사청문회를 대비하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주로 ‘소극적’ ‘수동적’ 배제 기준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향후 인사청문 제도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윤리성’ 판단 기준에 보다 ‘적극적’인 기준이 도입되었으면 한다. 예를 들어 공직후보자가 평소에 사회와 공동체를 위해 어떤 내용의 공익적인 활동을 했는지, 또한 어떤 명목의 기부와 봉사에 참여했는지 등 후보자의 ‘성품’을 알 수 있는 기준들을 고려하는 것이다. 더불어 심층적이고 효율적인 ‘윤리성’ 검증을 위해 ‘능동적’인 절차 개선도 고려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가 이루어지면 그때서야 비로소 구성되는 인사청문회 준비팀이 아니라, 인사 대상 예상군을 선정하여 상시적인 점검을 가동하는 것이다. 2001년 미국에서는 ‘대통령 임명절차의 효율성 제고와 능률화를 위한 법률(The Presidential Appointment Efficiency and Streamlining Act of 2111)’을 통해 사전지명절차(pre-nomination process)를 위하여 각 부서를 대표하는 공무원들로 구성된 팀을 상시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탈무드〉에서 읽었던 다소 생소한 이야기가 하나 떠오른다. 어느 날 유대교의 큰 두 학파인 힐렐 학파와 샴마이 학파가 서로 어느 학파의 해석이 타당한지를 다투었다고 한다. 그러자 하늘에서 “두 학파 모두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지만, 힐렐 학파가 샴마이 학파보다 옳다”는 소리가 들렸다. 과연 힐렐 학파에게는 샴마이 학파에는 없는 무엇이 있었던 것일까. 그 이야기는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힐렐 학파는 인정이 많고 겸손하다. 상대 학파의 가르침 역시 연구함으로써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함께 자신들의 결정보다 상대 샴마이 학파의 결정을 먼저 언급함으로써 훌륭한 겸손함을 보여주었다.”

여름 한낮의 뜨거움보다 더 강렬한 논쟁은 며칠 후 어떤 형태로든 끝이 날 것이다. 그리고 그 치열함의 끝에 ‘훌륭한 겸손함’을 지닌 능력 있는 공직자들이 우뚝 서 있길 간절히 바란다.


유명준 기자 joo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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