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태풍 링링 덕 좀 볼까?…남해안 양식업계 태풍에 '기대 반 우려 반'
통영 욕지도 인근 유해성 적조 해소될까 양식업계 내심 기대
“이번 주말이 마지막 고빈데, 태풍 덕 좀 보려나요?”
여름 막바지, 뒤늦은 적조 출현에 바짝 긴장한 경남 남해안 어류양식업계가 제13호 태풍 ‘링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태풍과 적조의 끈끈한 상관관계 때문인데, 현재로선 가을장마에 탄력받은 적조의 기세를 누그러뜨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전남 여수시 백야도 인근에서 발생한 유해성 적조가 꼬박 보름 만인 지난 3일 경남 통영시 욕지도 인근까지 세력을 넓혔다. 특히 욕지 해역에 출현한 광범위한 적조 띠의 생물 밀도는 1㎖당 최고 800개체로, 양식 어류 폐사 임계치에 근접했다.
최근 계속된 집중호우로 육지의 영양염이 바다로 다량 유입된 데다, 여름 내 남해안을 잠식했던 규조류가 급감한 탓이다. 규조류는 살아 있는 동안에는 적조 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의 성장을 억제하는 성분을 분비하지만, 죽고 나면 사체가 코클로디니움의 먹이가 된다. 바닷물의 염분이 낮아지고 외해에 있던 코클로디니움이 연안으로 밀려들면 고밀도로 집적될 수 있다는 게 수과원의 설명이다.
이에 3일 오후 6시를 기해 경남 남해안 전역에 적조 주의보를 확대 발령했다. 적조 특보는 생물 개체 수를 기준으로 10개체/㎖ 일 때 출현주의보로 시작해 100개체/㎖를 이상 시 주의보로 대체되고 폐사를 유발하는 1000개체/㎖를 넘어서면 경보로 격상된다.
이런 상황에 양식 업계는 태풍 ‘링링’을 주목하고 있다. 적조와 함께 여름철 주요 재난으로 손꼽히는 태풍은 발생 시점이나 형태에 따라 적조를 부추기거나, 반대로 잠재우는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통상 적조 발생 초기, 많은 비를 뿌리는 태풍은 적조의 확산을 부추기는 촉매제가 된다. 적조는 바다의 부영양화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인데 비가 육상의 각종 영양분을 바다로 공급해 이를 심화 시킬 수 있다. 게다가 태풍 이후 나타나는 고온다습한 날씨와 일사량 증가는 코클로디니움 증식에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개체 수를 기하급수로 늘린다. 이 경우 2~3일 정도 저층에서 숨 고르기를 한 적조는 이전보다 한층 더 붉게 바다를 물들인다.
반면 초가을에 가까운 9월 전후, 강풍을 동반한 태풍은 적조의 확산을 막는다. 너울성 파도가 수중의 적조 생물을 넓게 퍼트려 밀도를 낮추고 세력을 와해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자연재해인 태풍이 반가운 손님이 되기도, 불청객이 되기도 하는 이유다.
기상청에 따르면 링링은 중심기압 994h㎩, 최대 풍속 76㎞/h(초속 21m), 강풍반경 250㎞의 소형 태풍이다. 그러나 꾸준히 몸집을 불리고 있어 한반도 내습 시점에는 시속 133㎞(초속 37m)의 강풍을 동반한 중급 중형 태풍으로 발달할 전망이다. 적조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수과원 관계자는 “예단은 금물이다. 태풍이 서해 쪽으로 지날 경우 전남 앞바다에 있던 적조 생물을 경남 남해안으로 밀어낼 가능성도 있다”면서 “일단은 시설물 피해에 대비한 준비가 먼저”라고 조언했다.
한편, 경남 남해안에선 조피볼락(우럭), 참돔, 숭어 등 2억 8000만여 마리의 양식 어류를 사육 중이다. 이 중 통영이 1억 7000만여 마리로 가장 많다. 적조 피해는 집계가 시작된 1995년 1300만 마리 이후, 매년 크고 작은 피해를 남겼다. 그러다 2016년과 2017년에는 발생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해도 2만 5000마리로 미미했다. 대신 고수온으로 지난 3년간 1720만여 마리가 떼죽음했다. 올해도 거제 앞바다에서 44만 7000마리가 폐사하는 등 어민들에게 적조 못지않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김민진 기자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