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링링’ 적조엔 반가운 손님?
“이번 주말이 마지막 고빈데, 태풍 덕 좀 보려나요?”
4일 경남 남해안 양식업계에 따르면 여름 막바지, 뒤늦은 적조 출현에 바짝 긴장한 어민들은 제13호 태풍 ‘링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태풍과 적조의 끈끈한 상관관계 때문인데, 현재로선 가을장마에 탄력받은 적조의 기세를 누그러뜨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양식업계 등 남해안 어민들 촉각
강풍 동반 태풍 적조 확산 막아
“예단 금물, 시설물 피해 대비를”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전남 여수시 백야도 인근에서 발생한 유해성 적조가 꼬박 보름 만인 지난 3일 경남 통영시 욕지도 인근까지 세력을 넓혔다. 특히 욕지 해역에 출현한 광범위한 적조 띠의 생물 밀도는 1mL당 최고 800개체로, 양식 어류 폐사 임계치에 근접했다.
이에 당국은 3일 오후 6시를 기해 경남 남해안 전역에 적조 주의보를 확대 발령했다. 이런 상황에 양식 업계는 태풍 ‘링링’을 주목하고 있다. 여름철 주요 재난으로 손꼽히는 태풍이지만 발생 시점이나 형태에 따라 적조를 부추기거나, 반대로 잠재우는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통상 적조 발생 초기, 많은 비를 뿌리는 태풍은 적조의 확산을 부추기는 촉매제가 된다. 반면 초가을에 가까운 9월 전후, 강풍을 동반한 태풍은 적조의 확산을 막는다. 너울성 파도가 수중의 적조 생물을 넓게 퍼트려 밀도를 낮추고 세력을 와해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자연재해인 태풍이 반가운 손님이 되기도, 불청객이 되기도 하는 이유다.
기상청에 따르면 링링은 중심기압 994hPa, 최대 풍속 76km/h(초속 21m), 강풍반경 250㎞의 소형 태풍이지만 한반도 내습 시점에는 시속 133㎞(초속 37m)의 강풍을 동반한 중급 중형 태풍으로 발달할 전망이다. 수과원 관계자는 “태풍이 서해 쪽으로 지날 경우 전남 앞바다 적조 생물을 경남 남해안으로 보낼 수도 있어 예단은 금물이다”면서 “일단은 시설물 피해에 대비한 준비가 먼저”라고 조언했다.
한편, 경남 남해안에선 조피볼락(우럭), 참돔, 숭어 등 2억 8000만여 마리의 어류를 양식하고 있는데 이 중 통영이 1억 7000만여 마리로 가장 많다. 적조 피해는 집계가 시작된 1995년 1300만 마리가 죽는 등 매년 크고 작은 피해를 남겼다. 2016년과 2017년에는 피해가 없었고 지난해도 2만 5000마리로 미미했다. 김민진 기자 mjkim@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