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욕지도 참다랑어 폐사 원인, 적조 가능성 높아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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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사 물고기 아가미서 적조 생물 발견
통영시, 기초 자료 국립수산과학원에 넘길 예정

양식 고등어 1만 5000여 마리가 폐사한 경남 통영시 욕지도 인근의 한 가두리 양식장. 어민 제공 양식 고등어 1만 5000여 마리가 폐사한 경남 통영시 욕지도 인근의 한 가두리 양식장. 어민 제공

속보=경남 통영시 욕지도 앞바다 가두리 양식장에서 발생한 참다랑어와 고등어 떼죽음(Busan.com 9월 4일 자 보도)은 적조에 의한 폐사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통영시가 5일 피해 양식장 현장 조사 결과, 폐사한 물고기의 아가미에서 유해성 적조 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이 발견됐다. 점액질 성분의 코클로디니움은 물고기의 아가미에 붙어 질식사를 유발한다.

내만에서 주로 양식하는 조피볼락(우럭)이나 참돔 등은 코클로디니움이 1㎖당 1000개체 이상 집적될 때 폐사한다. 적조 특보 최종 단계인 ‘경보’도 이를 기준으로 발령된다. 하지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시속 60㎞ 이상의 빠른 속도로 움직여야 하는 참다랑어는 상대적으로 산소 소모량이 많아 유독 적조에 취약하다. 고등어도 마찬가지.

이 때문에 500개체/㎖ 안팎의 중밀도 적조에도 폐사하는데, 피해 양식장에 적조가 덮친 지난 3일 욕지도 인근에 최고 800개체/㎖의 적조 띠가 관찰됐다.

통영시는 이날 현장에서 확보한 기초자료를 국립수산과학원에 넘기기로 했다. 수과원은 전날 회수한 폐사체 부검 결과와 지자체 제공 자료를 토대로 폐사 원인을 판정, 시에 통보한다. 시는 수과원 회신을 토대로 경남도에 복구비를 요청할 방침이다.

통영시 관계자는 “최종 판정은 수과원 회신에 근거해야 한다. 적조 피해는 복구비 지원이 가능한 만큼 신속하게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적조 등 자연재해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양식장 1곳당 최대 5000만 원이 정부 돈으로 지원된다. 이와는 별도로 양식수산물재해보험에 가입하면 시가에 준해 보상금이 지급된다.

5일 현재 확인된 폐사량은 참다랑어 149마리, 고등어 1만 5000여 마리다. 추정 피해액은 2억 4000만 원 상당이다. 폐사한 참다랑어 중 93마리는 출하를 앞둔 30㎏ 이상 크기다. 나머지는 10㎏ 안팎의 작은 것들이다. 김민진 기자

경남 통영시 욕지도 앞바다에 있는 참다랑어 양식장에서 출하를 앞둔 참다랑어 수 십 마리가 떼죽음했다. 어민 제공 경남 통영시 욕지도 앞바다에 있는 참다랑어 양식장에서 출하를 앞둔 참다랑어 수 십 마리가 떼죽음했다. 어민 제공

다행히 참다랑어는 추가 폐사 가능성이 낮다는 게 통영시의 설명이다. 수거한 폐사체 외에 이상 증상을 보이는 것들이 없는 데다, 주변 바다에 적조 띠도 발견되지 않고 있어서다.

수과원에 따르면 전날 인근 해역 모니터링 결과, 하루 사이 적조 세력이 크게 약화됐다. 지난 3일 최대 800개체/㎖였던 코클로디니움 밀도가 4일 20개체/㎖로 떨어졌다.

문제는 고등어다. 양식장 내 일부 고등어가 수면 위로 떠올라 헤엄을 치는 등 폐사 직전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이미 적조에 충격을 받은 터라 수일 내 폐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주말 사이 한반도를 관통할 제13호 태풍 ‘링링’이다. 통상 적조 발생 초기인 7~8월 중 많은 비를 뿌리는 태풍은 적조의 확산을 부추기는 촉매제가 된다. 특히 태풍 이후 나타나는 고온다습한 날씨와 일사량 증가는 코클로디니움 증식에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개체 수를 기하급수로 늘린다. 이 경우 2~3일 정도 저층에서 숨 고르기를 한 적조는 이전보다 한층 더 붉게 바다를 물들인다.

반면 이맘때 강풍을 동반한 태풍은 적조의 확산을 막는다. 너울성 파도가 수중의 적조 생물을 넓게 퍼트려 밀도를 낮추고 세력을 와해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지금 예상대로 태풍이 서해 쪽으로 지날 경우, 전남 앞바다에 있던 적조 생물을 경남 남해안으로 밀어내 적조 세력을 키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현재 수온이 22~24도로 적조 번식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수과원은 “흐린 날씨로 인해 적조 띠가 표층으로 집적되진 않겠지만, 조류와 남풍계열 바람 영향으로 연안 양식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당장은 물러난 상태지만 언제든 다시 덮칠 수 있는 만큼 태풍 이후 상황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경남 남해안에선 조피볼락(우럭), 참돔, 숭어 등 2억 8000만여 마리의 양식 어류를 사육 중이다. 이 중 통영이 1억 7000만여 마리로 가장 많다. 적조 피해는 집계가 시작된 1995년 1300만 마리 이후, 매년 크고 작은 피해를 남겼다. 김민진 기자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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