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입차 급증 심각하다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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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남 동아대학교 명예교수


아파트 주차장이나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들을 조금만 관심있게 지켜보면 수입차가 갑자기 늘어난 것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지금 미국에 살고 있는 건 아닌가 착각이 들기도 한다. 미국이란 나라는 워낙 자동차 왕국이었지만 지금은 그 영광을 외국차에 내주고 있다. 국민소득이 우리보다 월등히 높으니 이해가 될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쪽저쪽으로 왔다갔다 하고, 경제성장도 정체를 넘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저축율도 크게 떨어져 있다. 그런데도 외제차가 갑자기 늘어나고 있는 현상은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시중 수입차 비중은 이미 10%선을 넘어섰다. 지난 6월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다인승 포함, 국내 승용자동차 1630만 대 중 국산은 1451만 1000대, 수입차는 179만1000대로 나타났다. 2016년 말 8.8%이던 수입차 비중은 불과 2년 만인 지난해 말 11%로 급증했다. 수입차가 이렇게 늘어날 만큼 경기호황은 전혀 아니었고 살림살이가 좋아진 건 더욱 아니다. 실업률과 취업률 등 고용지표와 성장률과 경기체감률 등 경제지표 모두 OECD 국가들보다 크게 하락했다.

수입차가 늘어난다는 것은 아직은 바람직한 일은 전혀 아니다. 국산차 국내 판매가 부진한 데도 소비심리는 역설적으로 사치해졌다는 것이다. 거기다 수출시장의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에서의 판매 실적이 저조하다. 기아자동차 중국 1호 공장인 옌칭 1공장은 이달 말 폐쇄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2017년 중국 정부 사드 보복 칼날의 여파는 우리 정부의 갖은 노력에도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대차 베이징 1공장은 이미 생산 중단했었고 기아차는 2017년 이후 수출 및 판매가 악화일로다. 2016년 두 회사의 대중국 판매는 179만 대, 2018년 118만 대, 올해 들어선 지난 5월까지 34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2% 급감했다. ‘국산품 애용’이라는 과거 개발시대의 프레임을 가지고 얘기하자는 건 아니다. ‘불편한 진실’을 덜먹이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우리보다 훨씬 더 잘 살고 소득도 엄청 높은 일본의 경우, 거리에 외제차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심각한 문제는 국내 양질의 일자리 감소다. 일자리 증대는 이 정부의 대선 공약 1호다. 청년들이 갈망하는 제조업 일자리 확보가 어려워지면 그들에게 희망은 주지 못해도 기(氣)까지 꺾게 되는 결과를보이고 있다. 나라의 장래가 너무 어두워진다. 청년들에게 일자리는 삶의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다. 청년들의 결혼 의욕이 떨어지고 만혼, 비혼 등의 일상화로 인한 인구 감소는 또다른 국가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지난해 출산율은 0.98로 내려앉아 지방 소멸의 불길한 징조가 현실화하고 있다.

조금은 화려하고 겉멋이 있어 보이는 외제 수입차의 여유를 즐길 때가 아니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경제가 수출이 줄어들고 외환이 바깥으로 지니치게 유출돼 보유고가 줄어들면 어떻게 되겠는가. 우리 경제는 그동안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등을 중심으로 버텨왔다. 하지만 이런 수출 저조로는 그나마의 소폭 성장미저도 어렵게 된다. 반도체 내리막이 오늘내일로 그치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상당한 기간 지속되리라는 진단은 우리에게 보통 문제가 아니다. 대기업 ‘홀대’가 때로는 중소기업 진흥정책의 한 선택지 일 수는 있다. 하지만 정책은 하루아침에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국민이 먹고살아갈 새로운 먹거리 개척은 시급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병행 중시는 이 차원에서도 더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지금 여기서 우리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일은 현재의 우리 경제 수준, 규모, 역사에서는 정부가 경제를 중심적으로 이끌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정부는 이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경제의 기간 주체인 대중소기업과 기업인, 국민과 정부 모두 지금의 심상치 않은 경제 현실을 직시해야 할 절박한 시점이다. 국민이 먹고사는 것보다 중요한 정책은 없다.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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