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재앙’ 적조, 남해안 삼켰다
‘붉은 재앙’ 적조가 결국 경남 남해안을 덮쳤다. 우려가 현실이 된 격이다. 적조 기세를 누그러뜨릴 것으로 기대했던 제13호 태풍 링링이 서해 쪽으로 치우쳐 북상하면서 전남 앞바다에 있던 적조가 경남 연안으로 몰려와 오히려 세력을 키웠다. 난데없는 적조의 습격에 양식장 떼죽음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어민들은 피해가 확산하는 것은 아닌지 전전긍긍이다.
4개 어가서 174만여 마리 폐사
피해액 25억여 원 상당 추산
태풍 ‘링링’, 전남서 경남으로 몰아
상륙 전 ‘주의보’서 ‘경보’로 확산
“당분간 계속 머물 듯… 방제 필요”
9일 경남도에 따르면 이날 남해와 통영지역 어류 양식장에서 적조 피해로 의심되는 집단폐사시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남해군 미조면 인근 해상가두리 양식장에서 출하를 앞둔 참돔 성어 76만여 마리가 떼죽음한 것을 포함해 남해에서만 4개 어가 174만여 마리가 폐사했다. 피해액은 25억 6440여만 원 상당으로 추산된다. 같은 날 통영시 사량도의 한 육상 양식장에서도 넙치 9만 1000여 마리가 죽어 2억 6400여만 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관할 지자체의 현장 확인 결과, 폐사한 물고기 아가미에서 다량의 적조 생물이 발견됐다. 유해성 적조 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은 점액질 성분으로 물고기 아가미에 붙어 질식사를 유발한다.
경남도는 전날인 8일 오후 5시부터 거제 일부 해역을 제외하고 도내 전 해역에 발령된 적조 특보를 ‘주의보’에서 ‘경보’로 대체했다. 적조 특보는 생물 개체수가 1㎖ 당 10개체 일 때 출현주의보로 시작해 100개체/㎖ 를 넘으면 주의보로 대체되고 1000개체/㎖를 넘기면 마지막 경보로 격상된다.
태풍 상륙 직전까지 500개체/㎖ 미만이던 경남 남해안 적조 생물 밀도는 8일 최고 1400개체/㎖로 늘었다. 특히 피해가 집중된 남해 미조 앞바다에 고밀도 적조 띠가 몰려있다. 태풍 링링이 몰고 온 강한 바람에 전남 앞바다에 머물던 적조 생물이 동진, 경남 연안 세력과 규합한 것이란 분석이다.
수과원은 “태풍 통과 후 수온, 일조량도 적조 확산에 좋은 조건을 만들어주고 있다. 소조기와 남풍계열 바람으로 인해 연안에 집적한 적조가 당분간 계속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며 “피해 최소화를 위해선 먹이 공급을 중단하고 야간 산소발생기 가동, 황토 살포 등 적극적인 방제 활동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이맘때 발생하는 태풍은 적조를 기세를 누그러뜨리는 우군이 됐다는 점에서 내심 기대를 걸었던 지역 양식업계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통상 7~8월 중 많은 비를 뿌리는 태풍은 적조의 확산을 부추기는 촉매가 된다. 특히 태풍 이후 나타나는 고온다습한 날씨와 일사량 증가는 코클로디니움 증식에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준다. 이 경우 2~3일 정도 저층에서 숨 고르기를 한 적조는 이전보다 한층 더 붉게 바다를 물들인다. 반면 비 보다 강풍을 동반한 가을 태풍은 적조의 확산을 막는다. 너울성 파도가 수중의 적조 생물을 넓게 퍼트려 밀도를 낮추고 세력을 와해시키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명절 전까지 계속 비가 내릴 것이란 예보가 있다. 지금 상태에서 비까지 오면 적조가 더 필 텐데, 명절 거꾸로 쇠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남도는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적조주의보 발령과 함께 가동했던 적조상황실을 도지사를 본부장으로 하는 적조대책본부로 격상해 가동에 들어갔다. 특히 도는 적조가 중·대규모로 확산할 경우, 가용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하는 ‘적조 일제 방제의 날’을 지정해 총력방제에 나설 방침이다. 백남경·이선규·김민진 기자
이선규 기자 sunq17@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