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좀비 참돔?…적조로 죽은 줄 알았던 참돔 2만여 마리, 다음날 부활
“분명 다 죽은 줄 알았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멀쩡하네요.”
경남 남해안을 덮친 ‘붉은 재앙’ 적조로 양식장 떼죽음 피해가 확산하는 가운데, 경남지역 최대 양식 어류 산지인 통영 앞바다에선 하룻밤 사이에 참돔 수만 마리가 죽었다 살아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통영 어장주, 피해 접수 다음 날
멀쩡히 헤엄쳐 다녀 ‘신고 번복’
수심 깊어 적조 아래로 숨은 듯
통영시에 따르면 남해 앞바다에서 참돔과 우럭 등 174만여 마리가 집단 폐사한 지난 9일 오후, 학림도 인근 가두리양식장에서도 참돔 2만 5000여 마리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어장주는 전날 오후 검붉은 적조 띠가 양식장 주변으로 몰려온 이후 가두리 속 물고기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적조에 죽은 물고기들이 그물 바닥에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 실제로 적조에 폐사한 물고기는 하루, 이틀 정도 바닥에 가라앉았다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러면서 2017년 치어를 입식해 3년간 애지중지 키운 것들로 1마리당 1㎏이 넘는 성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3일 욕지도 인근에서 발생한 참다랑어와 고등어 집단 폐사에 이어, 이날 오전 사량도 육상 양식장서도 넙치 9만 1000여 마리가 떼죽음한 게 확인된 터라 피해가 확산할 것으로 판단한 통영시는 비상 방제와 폐사체 처리를 위한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를 토대로 10일 오전 현장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뒷날 오전, 어장주가 폐사 신고를 번복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전날까지 코빼기도 안 보이던 놈들이 멀쩡하게 헤엄쳐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 사이 천당과 지옥을 오간 어장주도 황당하다고 했다.
통영시 관계자는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다. 어쨌든 다행”이라고 했다. 시는 해프닝에 가까운 ‘참돔 부활’이 양식장이 자리 잡은 해역의 지형적 이점 덕분으로 보고 있다.
학림도 주변은 다른 연안 양식장에 비해 수심이 깊다. 때문에 물고기를 가두는 그물도 10m까지 깊게 늘어뜨린다. 양식 어류 폐사를 유발하는 유해성 적조 생물은 주로 수심 5m 내외의 표층에 가깝게 분포한다. 표층 수온이 저층에 비해 1~2도 이상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경남 남해안의 표층 수온은 24도 안팎으로 적조 생물 번식에 가장 알맞은 상태다.
수심이 얕은 연안에 위치한 양식장은 대부분 5m 깊이다. 이 경우 적조가 덮치면 물고기가 대피할 공간이 없다. 반면, 학림도 해역 양식장은 밑으로 더 내려갈 여유가 있다.
통영시 관계자는 “적조가 오자 저층으로 피한 덕분에 폐사 위기를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적조 방제나 피해 예방에 있어 되짚어볼 필요가 있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한편, 남해군 앞바다 양식장에 직격탄을 날린 적조는 계속해서 세력을 키우며 경남지역 최대 양식 어류 산지인 통영 앞바다까지 위협하고 있다.
현재 경남 연안에선 조피볼락(우럭), 참돔, 숭어 등 2억 8000만여 마리의 양식 어류를 사육 중이다. 이 중 1억 7000만여 마리가 통영 해역에 몰려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고밀도 적조 띠가 통영 연안까지 근접했다. 적조 생물 밀도는 1㎖ 당 최고 4500개체에 달하고 있다. 양식장을 덮치면 곧장 폐사로 이어질 수 있는 수준이다.
수과원은 “양식장에서는 반드시 먹이 중단하고 야간에는 산소발생기를 가동하는 등 적극적인 방제 활동으로 피해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10일 현재 집계된 적조 추전 피해량은 남해와 통영 6개 어가 184만 9000여 마리, 29억 원 상당이다. 477만 마리, 63억 원의 피해가 기록된 2014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김민진 기자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