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이그나이트 부산’ 대상 박진관 보냉가설봉사단장 “보일러 없는 어르신들에게 무료봉사로 온기 나눠 드려요”
“보일러가 없어 한겨울 냉기를 몸으로 이겨내야 하는 어르신들이 수백 명에 달하지만 많아야 매년 20가구에 봉사의 손길이 닿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지난달 29일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는 부산시와 부산시자원봉사센터가 주관하고 행정안전부가 후원한 ‘2019 자원봉사 이그나이트 V-Korea X 부산’ 행사가 열렸다. ‘불을 붙이다’는 의미의 ‘이그나이트’란 이름대로 자원봉사 활동자의 경험을 주변에 적극적으로 알려 자원봉사 가치를 확산시키고 참여문화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보일러 수리, 배관·집수리 ‘명장’
“모금 자격 얻어… 봉사 늘릴 것”
이 자리에서 박진관 보냉가설봉사단장은 대상인 행정안전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박 단장은 이날 청중평가단이 뽑은 특별상도 받았다. 박 단장은 2013년 대한민국 명장 제560호에 선정됐다. 대한민국 명장은 정부에서 선정한 최고 수준의 숙련 기술 보유자로, 박 단장은 건축설비 분야로는 대한민국 제1호 명장이다. 이러한 기술을 자원봉사에 적극 활용해 20년 전부터 지역의 노인 가구를 대상으로 보일러 수리, 배관과 집수리 봉사를 해왔다. 그러던 중 2015년부터 매월 기름보일러와 자재비를 지원해주는 후원자가 나타나 지금까지 매월 1~2세대에 보일러를 교체할 수 있었다.
“저소득층 어르신께 기름을 무상으로 공급해드리는 ‘에너지 바우처’ 사업이란 복지정책이 있지만 보일러가 없어 그 정책이 ‘그림의 떡’인 어르신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는 이번 행사에서 17년간 겨울철 강추위를 몸으로 버티는 어르신, 터진 수도 배관을 8년째 방치해 양동이로 물을 길어 사용하는 어르신, 주방에 물이 나오지 않아 화장실에서 설거지 하는 장애어르신 등의 사연을 전했다.
박 단장은 “이 분들에게 봉사를 가면 혹시 돈이 들까 싶어 걱정부터 하신다. 무료 봉사라고 하면 그제야 안심하시고 공사가 끝나면 밥이라도 먹고 가라고 손을 잡아 끄신다”며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돼 온 노인들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박 단장은 당장 보일러가 없이 올 겨울을 나야 하는 노인들이 최소 수백 가구가 되지만 인원과 자재가 부족해서 봉사의 손길이 닿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최근 봉사자의 숫자가 자꾸 줄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박 단장은 “자원봉사활동에 대해 격려와 지원보다는 공명심과 명예욕 때문에 하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분위기가 늘고 있는 듯 하다”며 “이번 이그나이트 대회도 자원봉사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바꾸고자 참가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실업계 고교 재학중 하숙비가 없어 건설현장 창고지기 생활을 하면서 겨울철 추위가 얼마나 사람을 힘들게 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 박 단장은 “이번 대회 수상을 통해 SNS로 일부 모금활동을 할 자격을 얻었다. 이 모금활동과 이번에 받은 상금을 합쳐 최소 5가구의 어르신들께 기름보일러를 교체해 드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준녕 기자 jumpjump@busan.com
서준녕 기자 jumpjump@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