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기 험한 도시’ 부산, 사고 났다하면 중상… 해법은?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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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보다 사람 먼저] 1. 부산서 첫 시행 5030

자동차전용도로를 제외한 도심부 제한속도를 시속 50㎞ 이하, 이면도로는 30㎞로 규정하는 5030 정책의 11월 전면 시행을 앞두고 16일 부산 동구 범일동 부산진시장 앞 범일로에 제한속도 50㎞를 알리는 표지판이 붙어있다. 김경현 기자 view@ 자동차전용도로를 제외한 도심부 제한속도를 시속 50㎞ 이하, 이면도로는 30㎞로 규정하는 5030 정책의 11월 전면 시행을 앞두고 16일 부산 동구 범일동 부산진시장 앞 범일로에 제한속도 50㎞를 알리는 표지판이 붙어있다. 김경현 기자 view@

차와 사람이 뒤섞인 도로에서 자동차 경적 소리에 길을 비켜 주는 사람들의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다. 사람들이 지나가도록 차가 기다리거나, 운전자가 사람들에게 먼저 지나가라고 손짓을 하는 모습은 낯설다. 도로 위의 ‘갑’이 사람이 아닌 차라는 것을 보여 주는 단적인 장면들이다. 그래서일까?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8.4명으로, OECD 36개국 중 4위를 기록했다. 본보는 이런 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부산시·부산경찰청과 함께 ‘차보다 사람 먼저’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도로 1㎞당 자동차 대수 431대

7대 도시 평균 392대보다 많아

100명당 도로연장 0.09㎞ 불과

열악한 도로에 순간 과속 많아

중상자 비율 ‘전국 최고’수준

사고 피해 줄이기 위한 조치

제한속도 30~50㎞ 11월 도입

차를 몰고 고향 부산에 내려온 김 모(45) 씨는 지난 연휴 한산한 도로 위에서 속도를 내다 제한속도 시속 50㎞ 표지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과속 단속 구간에서는 습관적으로 시속 60㎞로 속도를 낮췄는데, 표지판을 보니 50㎞라 적혀 있었던 것. 김 씨는 과속 딱지가 날아올까 봐 전전긍긍했다.

우선 김 씨는 범칙금을 내야 할까? 답부터 말하면 아니다. 현재 시내 대부분의 간선도로 제한속도는 시속 60㎞다. 김 씨가 본 것은 11월 5030 정책 시행을 앞두고 우선 교체된 안내판이다. 5030 정책은 자동차 전용도로를 제외한 시내 도로 제한속도를 시속 30~50㎞로 낮추는 것으로, 2021년 4월 17일까지 전국적으로 도입된다. 부산시는 전국 시·도 중 처음으로 11월 11일부터 5030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시민들 상당수는 5030 정책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부산시에 따르면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도 조사에서 응답자 79%가 5030 정책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전국 시·도 중 부산에서 처음으로 5030 정책을 시행하는 데는 열악한 도로 사정이 한몫했다. 부산은 도로 1㎞당 자동차 대수가 431대로, 7대 도시 평균인 392대보다 많다. 인구를 기준으로 보면 100명당 도로연장이 0.09㎞로, 7대 도시 평균인 0.11㎞보다 낮다. 즉 도로 길이에 비해 자동차와 사람 수가 많다는 뜻이다. 혼잡한 도로에다 산복도로 등 계획도로가 아닌 자연 발생적인 도로가 많아, 부산은 ‘운전하기 험한 도시’로 악명이 높다. 지난해 도로교통안전공단에서 실시한 시·도별 운전 행태 조사에서도 17개 시·도 중 16위를 차지했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기회만 되면 빨리 달리고 싶은’ 운전 심리 때문에 심각한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부산은 중상자 비율이 전국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부산의 교통사고 건수는 1만 1937건, 부상자 수는 1만 6468명이다. 이 중 전치 3주 이상의 중상자는 4548명으로, 자동차 1만 대당 29.8명꼴이다. 7대 도시와 비교하면 서울(31.5명), 대구(31.3명)에 이어 3번째로 중상자 비율이 높았다. 전국 평균(27.5 명)과 7대 도시 평균(25.8명)을 웃도는 수치다. 부산의 사망 사고는 인구 10만 명당 6.2건이며, 보행 중 사망 사고도 3.1건에 달한다.

특히 부산은 대표적인 교통약자로 불리는 고령자 증가 속도가 전국 최고 수준이어서 제한속도 하향조정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의 65세 이상 운전면허자는 2015년 15만 9258이었다가 2018년 21만 995명으로 늘었다.

5030 정책은 기존의 안전 시설물 설치나 단속만으로 사고 피해를 줄이기 어렵다는 인식도 반영됐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그동안 시설물 설치와 단속 강화 위주로 사고 예방 활동을 펼쳤지만 한계가 뚜렷했다”며 “시설물은 포화 상태고 단속도 근본적인 대안이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5030 정책이 도입되면 사고 피해가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제한 속도를 낮추면 돌발상황 때 사람이든 사물이든 충격량이 감소하고, 사고 인지 후 반응하는 시간이 단축되어 심각한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도로교통공단 김경수 교수는 “5030 정책은 이미 선진국에서 70년대부터 도입한 정책”이라며 “제한속도를 하향조정하면 특히 고령자를 비롯해 보행자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부산시·부산경찰청 후원으로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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