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명물 멘타이코, 부산 초량시장 명란젓이 원조
[부산관광 미래보고서] 4. What-무엇을 즐기게 할 것인가 ①
여행은 취향이다. 자연 경관을 감상하며 조용한 휴식을 즐기고자 하는 이도 있고, 각 도시의 화려한 나이트 라이프를 체험하고자 하는 이도 있다. 부산은 과연 어떤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도시일까? 관광·마이스 도시로서 전 세계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려면 어떤 경험을 선사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마련과 함께 새로운 즐길 거리 발굴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밀면·어묵·국밥 만으론 ‘미식도시’ 한계
부산관광공사, 새 먹거리로 ‘명란’ 선정
최근 10년간 ‘깡깡이마을’ 등 큰 인기
도시재생 지역, 개성 지키도록 장치 필요
도심지보다 한적한 자연 찾는 추세
“개발 쏟은 돈 1/4만 투자했으면” 지적
■맛
최신 여행 트렌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먹방 여행’이다. 부산시가 지난해 신용카드 사용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내국인 관광객의 먹거리 지출은 9339억 원으로, 전체 지출액의 23.4%에 달했다.
부산의 경우 그동안 돼지국밥과 밀면, 어묵, 씨앗호떡 같은 친근하고 서민적인 음식을 대표 먹거리로 내세워 왔다. 그러나 이런 음식들만으로 부산을 세계적인 ‘미식 도시’로 홍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부산관광공사가 올해 들어 새 먹거리로 밀고 있는 게 바로 명란이다. 일제 강점기 때 초량시장에서 명란을 맛본 일본인이 멘타이코(명란젓)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후쿠오카 특산품이 된 기원도 홍보하고 있다. 장희영 부산쿠킹클래스 대표는 “한식 수업을 듣는 외국인 수강생들에게 부산의 명란이 일본 멘타이코보다 저염식이라 건강한 맛을 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또 기장 다시마로 육수를 내보면 그 품질이 다른 다시마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걸 직접 느낄 수 있어 부산의 특산품과 향토 음식을 알리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킹클래스에 참여한 외국인 반응도 좋다. 포르투갈에서 온 관광객 제인 워렌 씨는 “된장과 고추장, 간장을 직접 맛보는 과정이 흥미로웠고, 집 간장과 양조 간장의 맛이 완전히 달라 신기했다”며 “부산 밀면의 탄생 스토리 같은 음식 역사도 알게 돼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속살
부산 하면 해운대를 떠올릴 정도로 여름 한철 해수욕장 장사가 지역 관광산업의 중심이었던 때가 있었다. 최근에는 산복도로를 중심으로 펼쳐진 도시재생 사업 지역이 부산의 관광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 사하구 감천문화마을과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 깡깡이예술마을이 대표적이다. 전쟁과 피란의 역사, 근대 조선산업의 흥망성쇠를 보여 주는 오래된 마을들이 예술과 문화의 옷을 갈아 입은 뒤 전 세계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젊은이들은 독특한 마을 풍경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거나 카페로 변신한 옛 공장에서 인생샷을 찍으며 여행을 즐겼다. ㈜싸이트플래닝건축사사무소의 한영숙 소장은 “최근 10년 동안 부산의 속살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장소 덕분에 부산 관광이 먹고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해서 감천문화마을이 지구단위계획을 세우고 편의점이 들어올 수 없게 한 것과 같은 장치가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오버 투어리즘(과잉 관광)과 투어리피케이션(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주민이 내쫓기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적절한 규제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윤태환 동의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 교수는 “커뮤니티 공간 기반의 관광지는 관광객들을 매료시켰던 최초의 개성과 정체성, 지역색이 훼손되지 않도록 매우 철저한 계획과 규제를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철물점이 있던 자리에 화장품 가게가 생기고 세탁소가 있던 자리에 기념품 가게가 들어서는 방식으로 주민들이 내몰리면서 천편일률적인 관광지만 남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시와 자연, 반전 매력
국내외 관광객들이 공통적으로 부산의 매력으로 꼽는 것이 바로 대도시의 화려한 스카이라인과 산, 바다 등 자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복잡한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해안 절경과 푸른 산, 강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일종의 반전 매력으로 다가간다. 부산시가 내놓은 ‘2019년 상반기 부산 관광산업 동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도심 밖 자연 명소를 찾는 방문객 수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외국인 관광객 수가 50% 이상 증가한 장소에 해안 절경이 아름다운 오륙도(69.2%)와 태종대(56.3%), 낙조가 아름다운 다대포해수욕장(64.3%)과 아미산전망대(58.3%)가 포함된 것이 대표적이다.
내국인 관광객들도 도심보다는 한적하고 조용한 곳을 즐겨 찾는 추세다. 올 상반기 내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장소는 부산시민공원(59.8%)과 범어사(50.6%) 같은 공원, 사찰이었다. 반면 도심에 있는 전포카페거리(-30.6%)와 서면(-24.7%) 등은 방문객이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부산의 자연과 생태를 즐길 수 있는 관광 콘텐츠 개발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 지역의 한 전문가는 “쇼핑 시설만 넘쳐나는 동부산관광단지 개발에 쏟아부은 돈의 반의 반이라도 부산의 숲과 자연, 생태를 체험할 수 있는 시설과 프로그램에 투입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며 “올해 서울식물원을 개장해 인기를 끌고 있는 서울시나 순천만을 중심으로 한 생태도시 정책으로 관광객과 인구 유입까지 끌어낸 순천시 사례를 보고 부산시가 느끼는 게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