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교도소 내에서 음란사진 수십장 가져"
희대의 범죄로 불리는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 모(56) 씨는 종교 모임 회장을 맡을 정도로 교도소 내 신망이 두터웠다는 것이 동료 수감자의 증언이다. 하지만 음란 사진물을 대량 소유하고 있었으며 사생활은 일절 이야기하지 않는 특이한 면모도 나타냈다.
2016년부터 2년간 이 씨와 함께 부산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한 A 씨는 이 씨를 '교도소 리더'라고 표현했다. A 씨에 따르면 이 씨는 매주 종교 모임에 참석할 정도로 종교 활동을 열심히 했다. 종교 활동으로 생긴 빵 수십 개를 수감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이 씨는 모든 수감자와 거리낌 없이 잘 어울리는 등 친화력이 강한 편이었으나, 정작 본인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일절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 A 씨의 설명이다.
A 씨는 "이 씨에게 개인사를 물으면 화제를 돌리기가 일쑤여서 화성 연쇄살인사건 범인 몽타주를 봤던 수감자들 사이에서는 '범인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며 "보통 수감자들 사이에서 무리가 나뉘기 마련인데, 이 씨는 친화력이 좋아 모든 수감자에게 호감을 샀다"고 말했다. 이어 "이 씨의 부탁이라면 돈 많은 경제사범이 솔선수범해 뭐든 들어줄 만큼 교도소 내에서 이 씨의 입지가 튼튼했다"고 말했다.
또 A 씨는 "이 씨가 여성 사진 10여 장을 본인의 사물함에 몰래 넣어두고 보관해왔다"며 "사진 대부분이 음란물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씨는 손재주가 좋은 데다 굉장히 철두철미하고 깔끔한 성격이었다"며 "교도관들 옷보다도 깨끗한 주름이 잡혀있는 옷을 매일 입고 다녔다"고 전했다. 친절한 성격과 깔끔함에 수감자는 물론 교도관들에게도 좋은 평을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또 이 씨는 1급 모범수였기에 일반 방이 아닌 좋은 시설이 구비된 방에서 수감 생활을 해 왔다. A 씨는 "일반적으로는 8명에서 최대 15명까지 한 방을 쓰는데, 이 씨는 모범수라는 이유로 2~3명과 한 방을 썼다"고 말했다. 이어 A 씨는 "이 씨는 본인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을 뿐, '호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라는 사실이 충격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DNA가 3건의 현장 증거물에서 검출된 DNA와 동일하다고 밝혔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 10건 가운데 5차(1987년 1월), 7차(1988년 9월), 9차(1990년 11월) 등 3건에서 나온 DNA가 이 씨의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1994년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1995년 10월부터 부산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해왔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